지난달 소비자물가가 8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고 밥상물가의 잣대인 신선식품은 40%대의 오름세를 보이며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런 폭등이 기상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채소류 탓이라며 수요 압력 증가가 아닌 공급 부족에서 원인을 찾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배추 등 김장채소 수급안정대책을 추진한다. 공급 물량이 늘면 차차 안정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하지만 서민물가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어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또 날씨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김장철을 맞아 수요가 급증하면서 농산물 물가 대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콩나물 빼곤 다 올랐다"…채소물가 '공급 충격'
9월 물가의 특징은 올해 들어 물가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신선식품의 오름세가 폭발적이었다는 점이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은 4월부터 10% 안팎의 흐름을 지속한 가운데 6월 13.5%, 7월 16.1%, 8월 20.0%에 이어 9월에는 역대 최고치인 45.5%로 치솟으면서 4개월 연속으로 증가율이 상승했다.
이는 기상 악화에 따른 공급 부족 때문이다. 8월의 폭염, 9월의 잦은 비, 태풍 곤파스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기상 악화에 따른 채소류 가격 급등이 9월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됐다"며 "서플라이 쇼크(공급 충격)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농산물과 석유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9%, 전월 대비 0.3% 상승해 안정세"라고 말했다.
이런 신선식품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단 번에 3.6%로 밀어올렸다. 지난해 4월(3.8%)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전월 대비 1.1% 상승은 2003년 3월(1.3%) 이후 90개월 만에 최고치다. 2003년 3월 당시에도 채소값 탓에 물가가 폭등했다.
이억원 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전월 대비로 보면 1.1% 올랐는데 농축수산물이 1.1% 중에 0.98%포인트를 전체 물가 상승의 88%를 차지했다"며 "그 중에 채소류는 26개 품목인데 이것들의 기여도가 0.78%포인트인 만큼 결국 채소류가 물가 상승의 70%를 차지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채소류는 전년 동월 대비로 100% 이상 오른 품목이 수두룩했다. 상추(233.6%)와 호박(219.9%), 열무(205.6%)가 200%를 넘었고 무(165.6%), 시금치(151.4%), 양배추(144.2%), 오이(133.7%), 파(102.9%), 마늘(101.1%) 등은 100%를 웃돌았다. 신선채소 26개 품목이 모두 오른 가운데 전체 물가상승률을 밑돈 품목은 콩나물(2.2%)이 유일했다. 과실류 중에는 수박이 128.0% 올랐다.
◇하늘만 바라보나…근원적 대책 시급
정부는 이런 현상이 총수요압력 상승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에 따른 것인 만큼 날씨가 좋아지고 제철 채소가 나오면 서서히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재정부는 "10월 중순 이후부터 수급애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와 배추는 10월 중순부터 준고랭지와 가을 무, 배추가 출하되면 수급여건이 개선되고 가격 급등세로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생육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시금치와 상추도 더위가 물러가는 것과 함께 작황이 개선되고 있으며 일부 채소의 도매가격은 이미 하락세로 전환된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급을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중국산 배추와 무를 수입하고 여기에 긴급할당관세를 적용해 무관세화를 추진하겠다고 재정부는 밝혔다.
이를 위해 할당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 등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근원적 해결을 바라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사실상 하늘만 바라보는 '천수답 물가'에 가까운 상황이어서 올해 반복된 기상 악화가 계속될 경우 임박한 김장철에 '김장물가 대란'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원재료값 상승은 포장김치 가격의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김치 업체들은 내주 중으로 최고 26.4% 가량 포장김치 가격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2008년 밀가루값 상승으로 외식 물가가 치솟은 것처럼 이번에도 채소류 가격 급등이 외식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근원물가도 1%대의 안정 국면이지만 지난 3~4월 1.5%를 바닥으로 5월 1.6%, 6~7월 1.7%, 8월 1.8%, 9월 1.9% 등으로 상승 흐름을 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 때문에 농산물 물가가 안정되더라도 전체 소비자물가는 3%대 흐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7월 인상 이후 8~9월 동결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러시아의 수출 중단으로 치솟은 바 있는 국제 곡물가격은 물론 국제 원자재 가격도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재정부는 "향후 물가는 채소류 가격의 정상화 정도와 속도에 크게 좌우될 전망인 만큼 선제적 대응노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중앙공공요금은 9월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끝으로 올해 추가 인상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