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을 켜놓은 방에서 자다 숨졌더라도 반드시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30일 에어컨을 켜고 자다 숨진 조모(여·사망당시 35세)씨에 대한 상해사망보험금 청구가 부당하다며 H보험사가 조씨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문과 창문이 닫힌 채 방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었고 실내온도가 차가웠다는 사정만으로 조씨의 사망 원인을 '에어컨에 의한 저체온증'이라거나 '에어컨을 켜둔 채 잠이 든 것'과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씨에게 중증 질환이나 외상, 자살 동기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도 심혈관계 질병이나 기타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돌연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외래의 사고로 사망했다고 본 원심 판결에는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H보험사는 조씨와 2006년 1월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한 상해로 사망하면 5천만원의 상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되 사고가 신(新)주말(금요일·토요일를 포함해 주 5일근무제로 새롭게 인식되는 주말)에 발생하면 5천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고, 질병에 의한 사망이면 5천만원의 질병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조씨가 이듬해 9월 금요일 자택에서 에어컨 켜놓고 자다 숨지자 H보험사는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질병사망특약에 따라 5천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에 조씨 유족이 에어컨으로 인한 저체온증이 원인이고 사고에 의한 사망이기 때문에 상해사망·신주말 특약을 근거로 총 1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5천만원을 추가로 청구하자, 보험사가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질병이나 자살, 타살로 사망한 것이 아닌 이상 저체온증으로 숨졌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이를 뒤집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