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과 친하게 지내는 것 같아 싫다.", "다들 성형수술 해놓고 자기들이 예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꼴 보기 싫다."
인기 걸그룹 A의 인터넷 안티카페(anti-cafe)에 올라와 있는 글들이다.
회원 수 1만3천명이 넘는 이 안티카페에는 A그룹 멤버들에 대한 각종 비방과 욕설, 그리고 이상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들로 가득 차 있다.
이따금 방문한 '진짜 팬'이 비방과 루머에 반박하고 해명하는 댓글이라도 달면 안티팬들이 나서 카페는 금세 '사이버 전쟁터'로 변하고 표현하기 힘든 막말과 욕설이 오간다.
인기 연예인이나 그룹에 공개적으로 '안티' 깃발을 올린 카페의 존재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주요 인터넷 포털에서 잠깐만 검색을 해도 인기 아이돌 그룹과 가수, 배우에 반감을 나타내는 안티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부분 안티카페는 다양한 이유로 혹은 아무 이유 없이 그 연예인을 싫어하는 사람이 모여 그의 생김새부터 옷차림, 행동, 억양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모든 것을 지적하고 감정을 표출한다.
간혹 가수의 노래 실력이나 매너 등을 지적하며 격려하는 회원도 눈에 띄지만, 대부분의 카페 공간은 해당 연예인의 과거 안 좋은 행실이나 촬영장, 방송에서 실수한 부분을 찾아내 꼬투리 잡아 비난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방송에 나온 화면 중 짧은 순간을 캡쳐해 이상하게 나온 장면만을 골라 '굴욕·엽기 사진'을 만들어 올리고 퍼뜨리는 것도 예외 없이 카페의 주요 활동이다.
여성 연예인의 경우 잠깐 활동을 중단했다가 복귀하면 바로 '성형수술을 하고 왔다'는 이야기부터 '임신했던 아이를 지우려고 해외로 나갔다 온 것'이라는 등의 음해성 루머까지도 서슴없이 등장해 당사자를 당혹스럽게 만든다.
우리나라 최초의 연예인 인터넷 안티-사이트는 'Anti H.O.T'로 알려져 있다.
H.O.T는 지난 1996년 데뷔한 5인조 남성 댄스그룹으로 당시 여학생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들의 팬클럽은 우리나라의 '팬클럽 문화'를 바꿀 정도로 열정적이고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콘서트 표를 예매하려 새벽부터 은행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콘서트 당일엔 학교를 무더기로 조퇴하기도 해 사회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라이벌이던 남성그룹 젝스키스의 팬들과 난투극을 벌이고 H.O.T 멤버와 친하다고 알려진 여성그룹 연예인에게 협박과 테러를 가하는 등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Anti-H.O.T'가 만들어졌던 것.
연예인을 좋아하고 응원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된 팬 모임이 과열되자 경쟁 관계에 있는 그룹이나 연예인을 비방하고 음해하는 데까지 나간 것으로 하나의 팬카페가 동시에 다른 연예인의 안티카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여성 연예인들에게 안티팬과 안티카페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남성 아이돌 그룹을 따르는 소녀팬은 층이 두텁고 충성도도 높아 여자 연예인들이 남성 그룹 멤버들과 함께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분을 드러내거나 관심을 표현하기라도 하면 즉각 공격의 대상이 돼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대중의 관심과 진심 어린 질책은 어린 멤버들도 달게 받아들이지만, 이유 없는 비난과 비방엔 쉽게 위축되기 마련"이라며 "수년 동안 땀 흘리며 노력한 끝에 무대에 선 만큼 따뜻하고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봐 달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