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면 파리는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파리의 중심가인 샹젤리제는 아예 관광객들이 점령한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특히 이번 여름은 전세계적으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기 시작해서인지 관광객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콩코드 광장에서 개선문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는 전체 길이가 2km, 왕복 8차선과 넓은 인도를 포함해 폭이 70m지만, 상가가 늘어선 지역은 지하철 프랭클린 루즈벨트 역이 있는 교차로부터 개선문까지의 절반 정도 길이입니다.
샹젤리제의 상가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영국의 음반 매장 Virgin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고 하니 지금처럼 번화해진 것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습니다. 1km 정도의 길 양쪽으로 상가와 호텔, 레스토랑, 영화관뿐 아니라 화려한 Lido쇼 공연장과 파리에서 가장 ‘물이 좋다’는 클럽 Queen 등 110개의 매장이 줄지어 있습니다.
하루 30만 명 정도가 샹젤리제를 찾는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1/4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화장품 전문 매장인 세포라(Sephora)로 알려져 있지만, 루이 뷔통 매장 앞에는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긴 줄이 언제나 길게 늘어서 있어서 인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1인당 1점씩으로 구매를 제한한다고 해서 한 때 중국 부자들이 구매대행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했다고 하죠.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모여들면서 말 그대로 인종 전시장인데, 최근 나온 통계를 보니 쇼핑에 관한 한 한국 관광객들의 위상(?)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샹젤리제의 상점들에서 세금 환급을 받는 금액을 국가별로 분류해봤더니, 예상대로 중국이 관광객 1인당 1,357유로를 써서 1위였는데, 2위부터가 의외였습니다. 1인당 1,296유로를 쓴 사우디 아라비아가 2위였고, 그 뒤를 러시아가 1,051유로로 이었습니다. 미국은 956유로, 일본은 832유로로 각각 4위와 5위를 기록했습니다.
세금 환급은 보통 150유로 이상의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이어서, 환급 순위는 고가품 구매 순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국 관광객들이 한 때 싹쓸이 쇼핑으로 지탄을 받았다고 하는데, 당시 상황의 진실을 알 수는 없고 적어도 현재는 그렇게 흥청망청 써대지는 않는다는 점이 증명된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