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신도 50명에 불과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작은 교회가 최근 며칠새 지구촌을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특히, 이 교회의 목사인 '테리 존스'는 일약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돼버렸습니다.
9.11 테러 9주년인 9월 11일, 코란 불 태우기 행사를 강행하겠다고 나서면서 미국과 이슬람권은 물론 온 세계의 이목이 '테리 존스' 목사에게 쏠려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이슬람권에서 항의시위가 잇따랐고, 미국 정부도 코란 불태우기 행사를 저지하기위해 백악관까지 나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테리 존스 목사의 오락가락 행보입니다.
우리 시간으로 10일 새벽 6시쯤엔 기자회견을 갖고,"코란 소각 행사를 철회하겠다"고 밝히더니,불과 서너시간 뒤엔 "철회 결정을 보류하겠다"며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일종의 계산된 '노이즈(noise) 마케팅'이라고 할까요?
테리 존스 목사를 '광신도'로 보는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어찌됐든 신도 50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 목사 1명의 말에 온 세계가 떠들썩하게 휘둘리는 것을 보면서 저 역시 이번 사건을 어떻게 봐야할지 여러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도 9.11 테러 9주년을 앞두고 테러 현장인 뉴욕의 '그라운드 제로' 근처에 세워질 이슬람 사원 건립 논란으로 미국의 국론이 분열된 상황에서, 테리 존스 목사의 '코란 소각' 발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테리 존스 목사에 대해 미국 언론들이 필요 이상의 보도 경쟁을 벌이면서, 이번 사건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논란을 더욱 키웠고, 이는 다시 이슬람권의 거센 반발과 보복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이뤄졌다는 일부 지적도 나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미국 정부는 왜 저처럼 작은 교회 목사의 행동을 막지 못하고 쩔쩔 매는 것일까?"
외신을 보니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의 수정헌법 1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코란 소각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보도됐더군요. 겨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옥외 소각행위를 금지한 시(市) 조례를 위반한 혐의로 '25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것 밖에 없다고 합니다.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는게 핵심입니다. 미국이 오늘날 초일류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수정헌법 1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수정헌법 1조는 이른바 '자유의 초석'으로 상징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테리 존스 목사와 코란 소각 행사'를 둘러싼 문제를 한 개인의 돌출적 행동, 여기에 미디어의 과다경쟁, 종교간 반감 등의 측면에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헌법을 대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를 어떻게 봐야하나"라는 측면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미국 정부가 '광신도'라고 비난을 받는 목사 한사람의 돌출 행동을 막지 못하고 휘둘리면서 이 지경까지 사태를 키워온 것을 한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답답하고, 무능력하다라고 비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테리 존스 목사에 대해, 또 그 때문에 일어난 일련의 혼란과 분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이를 절대적으로 여기는 미국인들의 태도는 새삼 다른 관점에서 이번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요?
이번 사건이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숱한 논란을 해온 우리 국민들에게도 '헌법'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