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무대는 특급호텔 스위트룸. 인기 절정의 풍자 코미디언 '강한철'과 사이비 기자 '강나래'가 소파에서 옥신각신한다. 약물에 취한 강한철이 '만져달라'며 다가가고, 강나래는 뒤로 물러난다. 강나래의 손을 잡아 끌며 얼굴 등 이곳 저곳에 가져다 대는 성추행 장면인데, 수위가 좀 높다. 너무 실감나는 연기에 놀랐는데, 알고 보니 두 배우는 실제 부부·연극배우 전배수, 추현옥 커플. 마음 졸이며 볼 필요 없었던 것!
# 2
결혼 3년차 맞벌이 부부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생활비 목록을 정리하고 있다. 아내가 아이를 가졌는데도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남편. 아이를 낳아 키우기에는 살림이 빠듯한 비정규직 부부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육아에 필요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 용돈을 줄이고, 취미생활에 들어갈 돈도 포기한다. 뼈를 깎는 노력에도 여윳돈은 보이지 않고, 뜨거운 눈물을 쏟는 아내. 경북 사투리를 쓰는 배우 김선영씨, 감정이입이 제대로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임신한 상태라고 한다. 출산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시대의 비극을 더 생생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첫 신은 연극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의 한 장면이고, 두 번째 신은 연극 '경남 창녕군 길곡면'의 하이라이트 부분이다. 배우들의 실제 상황과 극중 배역이 미묘하게 얽혀있는 작품이다. 물론 이런 요소들이 작품성이나 내용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극을 한층 더 즐기면서 볼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여행을 갈 때 흔히 하는 말 ‘아는 만큼 보인다’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쓰다 보니 가십성 글이 됐는데, 쓴 김에 한 가지만 더 보탠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는 작품은 제목이 참 특이하다. 제목 때문에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다. 한 번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주민분들이 대학로까지 찾아와 단체관람을 하셨는데, 대사 중에 딱 두 차례 등장하는 길곡면이 강력사건의 현장으로 등장하는 바람에 조금은 당황하고 유쾌하지 않은 기분으로 돌아가셨다는 일화도 있다.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않으신 것만도 다행인가 싶다.
사족> '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사실 남자 주인공인 배우 이주원씨의 고향이다. 원작인 독일 작품 '오버외스터라이히'(베를린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소도시)를 번안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지방 소도시를 찾다가 배우의 고향으로 제목을 정한 셈이다. 구체적인 지명을 제목으로 삼다 보니, 관객들은 지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되지만, 그보다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 어딘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곳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