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오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기까지는 악화된 여론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른바 '딸 특혜 논란'은 지난 2일 저녁 언론을 통해 일반에 알려졌다. 지난달 31일 실시한 5급 사무관 특별 채용에서 유 장관의 딸이 다른 후보자를 제치고 '나홀로 합격'된 것.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네티즌을 중심으로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비난 여론은 갈수록 거세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물론 여당인 한나라당에서조차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적 의견이 제기됐고, '분노'한 네티즌들의 비난 공세 속에 외교부 홈페이지는 수시로 다운되기도 했다.
3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난 유 장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다만 "장관의 딸이면 더 공정하게 심사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는 등 가급적 '공정한 심사'를 강조하려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이내 핵심 참모들과 회의를 거쳐 유 장관은 '솔직한 사과와 해명'을 했다. 유 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 딸의 특채 응모를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여론은 진정되지 않았다. 특히 외교부가 유 장관 딸의 특채를 위해 공모요건을 변경했다는 주장과 유 장관 딸이 과거에 부적절하게 근무했다는 등 의혹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면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후반기에 강조한 '공정한 사회'와 거리가 먼 처신이라는 점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여기에 특혜 논란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이 '개탄'하며 경위조사를 지시하고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이 이어지면서 유 장관의 거취 표명이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행정안전부는 즉각 특별인사감사팀을 외교부로 보내 인사담당자들을 상대로 유 장관 딸의 채용경위와 과정 및 절차를 집중 조사했다.
안팎으로 조여오는 압박 속에 유 장관과 참모들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방어에 나섰으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유 장관은 3일 밤부터 이미 사퇴 의사를 굳히고 청와대측과 전화로 거취 문제를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유 장관으로서는 당장 5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장.차관급 워크숍과 7일 예정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참석 등도 부담이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신각수 외교1차관과 천영우 외교2차관 등 주요 간부들은 4일 오전부터 외교부 청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했고, 이후 유 장관은 "마음을 비웠다"는 자신의 심중을 전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김영선 대변인이 '사의표명'을 공식 발표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했음을 공개했다.
유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심을 하면서도 오는 11월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 문제를 걱정했다는 후문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