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시 삼남인 김정은이 동행했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이번 방문의 목적이 후계구도와 상당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펑황TV의 평론가인 뤼닝쓰는 31일 방송사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아들을 데리고 방중한 것과 베이징을 찾지 않은 것은 현묘한 계책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 김정은의 방중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올해 두 번째 방중에서 김정일은 후계자로 내정된 삼남 김정은을 데리고 왔다"면서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초청자 명단에 없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답변했지만 실제로 데리고 왔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태양(김정은)을 중국 지도자에게 소개하려는 의도가 크다"면서 "역대 방중시 한번도 빠진 적이 없던 베이징을 찾지 않고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의 김일성 주석의 혁명성지를 찾은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중은 아들에게 혁명전통 교육을 시키면서 김씨 일가의 오늘은 각고의 노력과 피의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면서 "베이징을 방문하지 않은 것은 베이징, 상하이, 홍콩, 마카오 등 대도시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는 큰형(김정남)처럼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김정은에게 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명 시사평론가이자 전문 블로거인 딩둥도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북한 측 수행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내달 초순 44년만에 열리는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후계자 문제를 논의하는 핵심 인사들임을 알 수 있다며 김정은의 방중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은이 중국 관영(CC)TV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것은 첫째로 보안상의 문제이거나 두번째로 보도에 나올 만큼 직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베이징을 찾지 않은 것은 서방 등 외부에 세자 책봉을 하러 왔다는 인상을 풍기지 않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고도 했다.
딩둥은 그러면서 후진타오 주석의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데도 상당한 함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관례대로라면 후 주석은 당과 정부, 인민을 대표해 외국 지도자를 환영한다고 했어야 했지만 이번 방중이 당 차원의 교류라는 의미를 강조하는 북한 측의 요구를 중국 측이 들어줬기 때문에 이런 표현이 나왔다는 것이다.
이 역시 후계구도 문제와 연관지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실제로 베이징의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이 초청자 명단에 없었다는 중국 측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김정은이 아버지를 따라 방중한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번 방중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긍정 평가한 데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딩둥은 "김 위원장이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정확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처음"이라면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려는 후 주석의 제안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말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중이 한미의 군사위협을 타개해 보기 위한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사평론가이자 유명 블로거인 류위민은 시나닷컴에 올린 글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 양국의 우의에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한국과 미국에 강하게 전달했다"면서 "한미의 군사위협을 돌파하고 정권을 안정시키고 외교적인 주도권을 쟁취하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