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마을버스 업계의 '악'하는 비명소리가 하루 아침에 나온 건 아닙니다.
서울시에 대중교통 환승 시스템이 도입된 지 어느덧 6년. 매년 적자가 조금씩 누적돼 지금에 이른거죠.
마을버스가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는 결코 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아마 모두 아실겁니다.
산 억덕배기에 위치한 마을 구석구석. 주요 교통이 다니지 않는 교통 사각지대가 마을버스의 주 활동 무대. 모든 사람들이 다 몇 발짝만 걸으면 지하철이나 주요 간선버스를 탈 수 있는 교통 중심지에 사는 건 아니니까요.
특히 제가 직접 가서 취재 한 종로 13번 마을버스 노선은 '마을버스 없이 어떻게 사나'싶을 정도로 경사가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홍지동-구기동 주민들의 발이 되고 있었습니다.
이 동네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경복궁'역인데 건강한 사람도 걸으려면 30분은 넘게 걸리거든요. 그러다 보니 직접 타 본 마을버스에는 다리가 시원치 않은 할아버지나 할머니, 아기 엄마, 중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꼭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이 노선을 운영하는 마을버스 업체는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에 감차(4대 운영하던 걸 2대로 줄이겠다)신청을 했고, 안되면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 그런걸까요?
마을버스 요금은 6백원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이 마을 버스를 탄 이후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로 환승을 하기 때문에 마을버스가 가질 수 있는 돈은 운송원가로 잡은 5백원에 훨씬 못미칩니다.
일단 승객이 마을버스를 탄 뒤 지하철이나 버스로 환승하면 마을버스는 2백 94원을 갖습니다. 만약 승객이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를 3번 이상 갈아타면 마을버스의 수입은 백원 정도로 뚝 떨어집니다.
승객이 어느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 한 적자 경영을 면할 수가 없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런 구조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서울시내 122개 업체가운데 절반이 넘는 업체들이 이용자가 적은 낮시간에는 배차를 드문드문 하기 시작했고, 아예 영업을 중단했거나 노선 폐지를 생각하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럼, 똑같이 환승시스템에 참여하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는 어떨까요?
이 회사들도 환승으로 인한 적자가 발생하지만 서울시가 매년 수천억원을 들여 보전을 해 주고 있습니다. 마을버스는 민간 업체라는 이유로 하위 12개 업체에 버스 한대당 13만원을 보조해주는 것 외에는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상태인데요.
담당 공무원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마을버스는 개인 업체가 일정 구간에 들어와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적자를 보는 일부 업체에 대해서 지원 금액을 소폭 늘릴 생각은 있지만 환승으로 인한 손실은 보전해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환승시스템에 마을버스도 포함돼 있어야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며 참여를 거의 강제하다시피 해 놓고 이제와서 개인업체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요? 개인업체라는 점을 그렇게 강조하고 싶으면 환승시스템에서 제외해 주든지요.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중에는 환승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교통비가 훨씬 절약되니까 마을버스의 어려움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몰라 한 마디만 더 덧붙이려고 합니다.
현재 마을버스 업체는 기름값과 부품값이 수개월째 밀려 있는 탓에 노후된 버스 교체는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마을버스 기사분들의 경우 일반 시내버스의 절반도 채 못되는 월급밖에 줄 수 없는 현실로 인해 조금이라도 숙련된 기사분들은 모두 시내버스 회사로 가 버려서 기사분들의 연령대가 높거나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마을버스 업체 사장님들의 걱정이 있었는데요. 저렴한 비용만큼 서비스의 질도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설마 서울시는 싼게 비지떡이니 불안불안한 마을버스를 오래 기다려가며 타라는 입장인걸까요?
마을버스는 서민의 발입니다. 꼭 필요하지 않은 사업 하나만 줄여도 충분히 지원가능할텐데.. 말로만 친서민 친서민 하는 서울시의 정책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