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최고령 여성독립운동가의 최후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한일 강제병합일인 29일을 앞두고 관련 기획을 구상하던 중, 최고령 여성 독립운동가 이효정 할머니를 추천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 98살인데 많이 위독하시다는 겁니다.

지난 12일, 이 할머니께서 입원해 계시는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석달 전까지만 해도 어렸을 때 기억도 너무나 또렷하고, 신문도 매일같이 돋보기로 봤던 정신력 강하셨던 분.

하지만 병상에서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고, 눈도 희미하게 겨우 뜨며 평생 함께 살았던 아들도 잘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이효정 할머니는 1913년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나, 일제에 대항해 고등학교 다닐 때 동맹 휴학을 주도하고, 일본인 자본가에 맞서 조선인 노동자들 편에서 노동운동도 했습니다.

교사가 된 후에는 항일 교육을 담당했는데, 해방 이후에 더 많은 고문에 시달려야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했지만 사회주의 쪽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또  남편이 월북을 했기 때문입니다.  할머니는 2006년에서야독립 유공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아들 박진수씨는 어머니가 당시 '저 멀리서 날아온 반가운 편지를 받는 표정'을 지었다고 합니다.

"전해질이 안 좋다고 하는데요,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오늘 내일하시는 것 같아요."

아들이 너무 아프면 눈을 깜박깜박 해달라고 하자 할머니는 힘없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뜹니다. 오늘 내일 하신다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12일에 찾아갔는데, 14일 자정 돌아가셨다는 문자가 와 있었죠.

고인의 생전 인터뷰는 한 역사기관에서 기록용으로 찍어 놓은 영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시절 세세한 기억도 생생하셨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 전 어떤 압박과 피해를 받아왔는지 여쭈면 갑자기 말이 안 들린다거나,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가 말씀을 멈추셨습니다.

아들 박진수씨는 어머니가 말하길 원하지 않을 때 그렇게 한다고 했습니다. 가족이 받았던 고통에 입은 더 무거워졌다고 합니다.

한맺힌 세월... 떠나실 때는 깃털처럼 사뿐하셨길 기도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