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평가위원으로 선정되셨죠?"

SKT의 불법 로비 의혹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시내 모 사립대 A 교수는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구축사업의 1단계 사업자를 뽑는 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화는 'Auto Calling (AC)' 시스템 방식으로 걸려왔으며, 우정사업 본부에 따르면 어떤 프로젝트나 사업의 평가위원을 선정할 때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해 5천8백여 명의 교수 중 무작위로 평가위원을 선정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구축 사업의 경우 이 사업에 필요한 교수들의 이력을 AC 시스템에 입력한 뒤 우정사업본부가 갖고 있는 관련 교수 명단 5천8백 명 중에서 이 시스템이 적합한 9명의 평가위원을 무작위로 선정해 해당 교수에게 (사람이 아닌 기계가) 전화를 걸어 수락 여부를 물어보는 방식인 것이죠.

이 사업은 우체국 등에서 사용하는 통신망 같은 우정사업기반 망을 고도화하는 2천억 규모의 국가사업으로, 정확한 명칭은 "u-post 구현을 위한 우정사업 기반망 고도화' 사업. 이 가운데 1단계 사업은 3백억이 넘는 규모입니다.

A 교수는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겠느냐는 제안을 받아들였고, 놀랍게도 같은 날 밤, SK텔레콤 측에서 A 교수를 찾아왔습니다. 자신들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 사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말이죠.

- SK텔레콤 박 모 단장 : 제가 확실하게 보답을 해드려야지 말로만 교수님한테 '도와주세요'하면 안 되거든요. 잘 도와주시면 우정 관련 컨설팅을 (교수님이) 할 수 있게끔….

그러면서 그들은 A 교수에게 유명 호텔 디너쇼 이용권 2장과 뷔페 이용권 4장을 건넸습니다. 향후 프로젝트를 교수에게 맡기는 모양새를 갖춰, 연구비 형식으로 크게 사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A 교수는 다음 날부터 1박 2일 동안 우정사업본부 기반망 구축 사업의 우선협상자를 뽑는 평가 과정에 들어갔고, 그곳에서 만난 다른 교수들도 SK텔레콤으로부터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을 듣게 됐습니다.

평가위원으로 참가한 교수 9명의 명단이 사전에 SK텔레콤으로 유출된 것일까요?

우정사업본부는 AC 시스템을 이용해 평가 하루 전날, 무작위로 교수들을 선정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광고
광고 영역

실제로 며칠 뒤, SK텔레콤은 평가 대상이었던 4개 사업체 가운데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

A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국민권익위원회와 참여연대에 고발하고, 증거자료로 당시 자신을 찾아온 SK텔레콤 측 사람과의 녹취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사건의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며, 참여연대도 이번 주 안으로 감사원과 검찰에 해당 내용을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사전에 평가위원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는 점도, (그것도 평가 하루 전날 확정된 명단을 어떻게 입수할 수 있었던 걸까요….)  그리고 정부 발주 사업에 이렇게 대담하게 불법 로비를 할 수 있었다는 점도 놀랍기만 합니다.(A교수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이런 불법 로비가 너무나도 일상적으로, 그리고 관례화돼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속 시원하게 명백한 진상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런 불법 로비 관행을 뿌리 뽑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