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BS에 'The Amazing Race'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해외 관광지 등에서 참가자들이 장소를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건데, 가장 먼저 미션을 마치고 돌아오는 팀이 이기는 퀴즈 서바이벌 쇼입니다.
굉장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케이블 TV에서도 따라한 적 있고요. 이번에 한국입양인대회(8.9-13) 때문에 한국에 처음 온 입양인들도 하루 시간을 내, 한국판 Amazing Race에 도전한다고 해서 지난 12일, 동행했습니다.
4-5명씩 짝을 이뤄, 서울 일대를 돌아다니며 미션을 받는 건데, 서울의 유명한 곳을 함께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프랑스 입양인 두 명과 덴마크 입양인 두 명으로 이뤄진 팀을 골라 따라갔습니다. 프랑스로 입양된 30대 후반의 샌드라와이제 20살인 데미안은 이번에 한국 오면서 생부모를 만났다고 합니다.
담담하게 말을 해서 놀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입양됐다는 것을 알고 자랐기 때문에 마음의 동요는 없었다고 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온 킴과 케네스는 나이도 비슷하고 동네에서 축구를 하다 알게 됐는데, 이번에 일부러 휴가를 내서 한국에 왔지만, 부모를 만날 준비가 안 됐다고, 이번 여행은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보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생김새와 핏줄만 한국일 뿐, 한국 문화에 관대하고 관심이 더 있는 외국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입양인의 모국 체험으로만 생각했던 취재는, 뜻밖의 교훈이 있었습니다.
5가지 미션 중에 3개만 겨우 끝냈고,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이미 미션을 다 마치기엔 불가능했습니다. 아예 쉬자고 했더니,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과제는 남았고 결과는 별개라는 겁니다.
저나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이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것과 좀 다르다고 할까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마음 때문인지, 아니면 하나라도 더 경험해보고 싶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미션 실패에도, 느긋한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하철만 타고 다녀야 하는 룰이 있었지만 이미 실패했으니 그냥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도 된다고 조언(?)했는데, 끝까지 지하철을 다시 타고 가더라고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문득 며칠 전에 미국에 있는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골프대회가 열리면 신지애보다 미셸위에 더 관심이 높다고 합니다.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안정적인 게임을 하는 신지애에 비해 미셸위는 장타를 날리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인데요, 지켜보는 과정이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었면 합니다. 결과가 안 좋을 때 애써 과정을 돌이키며 스스로를 달래는 게 아니라 과정 자체에 의미를 갖는 사람…
이번에는 취재 자체나 결과물도 제 맘에 들었습니다. 뜻밖의 교훈을 챙기기도 했으니, 과정도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