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이야기가 다시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요즘 담배 1갑에 보통 2500원 정도 하죠. 좀 비싼 건 3000원 정도 합니다. 저도 하루에 5-10개비('가치'는 개비의 잘못된 말) 정도 피우는 흡연가라서 담뱃값 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기자로서 볼 때 담뱃값 인상 정책의 취재 포인트가 두 가지입니다.
1. 담뱃값 인상이 과연 정말 진짜로 이뤄질 것인가?
2. 담뱃값 인상이 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두 가지를 살펴보기 전에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죠. 최근 뉴스가 가장 많이 나온 연구가 바로 질병관리본부 자료였죠. 질병관리본부가 매주 발생하는 '주간 건강과 질병' 8/13일자에 나온 논문이었는데 내용은 이렇습니다.
1. 2007년 담배값을 5000원으로 인상했다면 2010년 성인 남성 흡연율은 30.8%로 떨어지고, 2020년엔 25.0%까지 감소했을 것이다.
2. 2010년부터 매년 500원씩 인상할 경우 2020년에는 담뱃값이 8000원이 되면서 성인 남성 흡연율은 25.3%까지 떨어진다.
질병관리본부 책자에서 나온 논문이라서 이후 각종 매체에서 "상위기관인 복지부가 담뱃값 인상 운을 띄우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엄청나왔죠.
그런데 정확히 이 논문은 2008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성일 연구팀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용역으로 만든 보고서입니다. 2년 전 논문인 것이죠. 이 논문이 올 초 대한금연학회지에 다시 게재됐고, 이걸 8월 들어 질병관리본부가 다시 재탕한 겁니다.
여기서 참고로 현재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성인남성 흡연율'을 살펴보면
**남녀 합계 흡연율은 2010년 6월 22.4%...여성 흡연율이 높은 OECD 국가 평균은 24% 수준으로 우리가 오히려 좀 낮습니다. 대신 남성흡연율은 최상위권이죠.
그럼, 다시 취재포인트로 돌아와서 과연 담뱃값 인상이 이뤄질 것인가?
지난 7월8일 동아일보는 보건복지부가 작성한 '흡연율 감소를 위한 금연정책 추진 방향' 문건을 근거로 정부가 2011년 500-1000원 인상을 추진한다고 기사를 썼습니다. 실제로 복지부가 담배값 인상을 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실현 여부인데요.
최근 담뱃값 인상 상황을 살펴보죠. 정부는 지난 1999년 담뱃값을 100원 올렸고, 다시 2001년에 200원, 그리고 2004년에 500원을 더 올렸습니다.
2004년 당시 정부는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어렵게 500원 인상안을 통과시켰는데, 당시 정부는 2005년·2006년·2007년 매년 500원씩 추가 인상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이후 인상이 안 됐죠. 일단 정부 내에서 반대가 있었고, 국회의 반대도 강력했습니다. 담뱃값 인상이 자칫 서민 민심을 자극할까 우려가 컸기 때문입니다. 결국 복지부의 담배값 인상 요구가 실현되려면 정부 내 다른 부처와 국회의 반대 세력을 설득해야 되는데요. 개인적으론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취재 포인트는 담뱃값 인상에 반대하는 의견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담배값을 인상하면 돈 많은 사람은 비싼 담배 그냥 사서 피니까 금연 정책의 효과가 적을 것이고, 결국 서민들만 금연 정책의 타킷이 될 것인데 이런 정책이 적절하냐는 겁니다.
서민들이 금연정책의 타킷이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1. 서민 흡연자들의 담뱃값 지출이 커진다. 대신 세금 증가
2. 흡연자 일부가 금연을 하면서 건강이 좋아지고 의료비 지출이 적어진다
3. 전체 흡연자 수가 줄어들어 비흡연자들의 생활도 쾌적해진다
4. 서민 흡연자들이 담뱃값 인상 정책 추진 세력에 반감을 갖는다
5. 서민 흡연자들이 보다 값싼 담배를 찾으며 흡연을 유지한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2번 3번 5번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돼 담뱃값 인상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저도 담배를 최소한 줄일 것 같습니다. (아..끊겠다는 말을 못하겠네요.)
물론 비가격 정책도 많습니다. 담뱃갑에 혐오사진을 넣고, 길거리 금연을 금지하는 등의 정책들은 아직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입니다.
국제사회에서도 담배값 인상 정책은 쉽게 쓰지 않는 정책입니다. 아래를 살펴보죠. 지난해와 올해 해외에서 시작된 금연 정책들인데요.
1. 미국, 담배에 Light, Mild 등 단어 사용금지
2. 미국, FDA 담배 내 니코닌 등의 함량 규제 권한 부여
3. 미국 버지니아 주 식당와 바에서의 흡연 전면 금지
4. 일본, 오는 10월부터 담뱃값 30% 인상 예정
5. 캐나다, 어린이 탑승 차량 내 담배 금지
6. 영국, 담배 꽁초 적발 전담 경찰대 창설
7. 아일랜드, 소매점 내 담배광고 금지
8. 대만, 길거리와 오토바이에서의 흡연 금지
하지만, 국내 담배값은 1인당 GDP등을 고려할 때 국제수준의 30%에 불과합니다. 저렴한 담뱃값이 흡연을 조장한다는 주장,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저렴한 담뱃값은 우선 청소년 흡연을 부추깁니다. 청소년 흡연은 성인 흡연으로 이어지고, 또 청소년 흡연자들은 성인이 됐을 때 어느 정도 니코닌 중독 현상이 일어나 금연이 더욱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비가격 정책은 당연하고요. 가격 정책도 아끼지 말고 써야 합니다. 담뱃값이 인상이 되면 그 때 끊겠다는 분들도 계시죠. 담뱃값 인상 쉽지 않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저도 새롭게 금연 의지가 생기는군요.
흡연자 여러분, 우리 모두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금연에 도전해봅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