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세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에서 홍미삼을 몰래 들여와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한다더군요.
홍미삼은 홍삼의 잔뿌리로, 이걸 갈아서 홍삼 원액이나 홍삼차로 시중에 판매가 됩니다. 따라서 홍미삼을 제대로 써야 흔히 말하는 홍삼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겁니다.
흔히들 중국산이라고 덮어놓고 폄하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중국산 홍미삼, 그것도 밀수입된 제품들이 왜 안 되는지를 따져봤습니다.
이들이 홍미삼을 밀수입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홍미삼은 관세가 700%가 넘습니다.
한마디로, 천 원짜리 홍미삼을 들여오려면 7천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밀수업자들은 '조경용 건초더미'를 들여오는 것처럼 세관에 신고한 뒤, 홍미삼 20톤을 가득 실은 컨테이너 박스를 인천항으로 들여옵니다.
세관 직원이 컨테이너 내부를 둘러볼 것을 대비해 입구 쪽에만 건초더미를 깔아놓습니다. 이걸 일명 '커튼치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세관 검사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세관은 레이저 검사를 거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컨테이너가 최종 목적지로 가도록 놔두고 그 뒤를 쫓습니다.
그런데 이게 일부는 금산으로 가는 겁니다. 국내에서 인삼, 홍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죠. 국내산이든 중국산이든 생긴 건 비슷하니, 이걸 국내산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알 턱이 없는 거죠.
밀수업자들은 아주 적은 세금을 지불하고, 국내에서 아주 비싼 홍미삼으로 판매해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됩니다.
2. 세관에는 자체적으로 성분 분석실이 있습니다.
제품의 성분을 정확히 확인해 세금을 매겨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식품의 안전성 검사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적발된 중국산 홍미삼에서는 국내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 기준치의 20배 이상 검출됐습니다. 과다 섭취하면 기형아를 낳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세관에서 이 홍미삼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건초 더미로 신고돼 성분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국내 소비자들은 농약 범벅인 홍미삼을 아무 의심없이 섭취했을 겁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군요.
이쯤되니 세금 때문에, 농약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한 밀수업자들이 얄미워집니다.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중국산 홍미삼은 한번 원액을 우려낸 걸 마치 새것인양 판매하기도 한다니, 중국산을 맹목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일부 이해가 됩니다.
이 기사를 쓴 직후 "정말 홍삼 먹으면 안되는 건가?", "원산지가 금산이라고 써진 홍삼도 먹을 수 없는거 아니냐"는 질문 많이 받았습니다.
일부 중국산 제품 때문에 생긴 불신으로 국내에서 정성으로 홍미삼을 가꾼 우리 농민들만 힘들게 됐으니 정말 씁쓸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