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벌써 여러 차례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코스피 지수를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일 것 같습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주요 증시들이 연고점에 한참이나 못 미친 상황여서 혼자 열심히 달리고 있기때문이죠.
연중 최고치 행진을 하고 있는 코스피 지수는 이제 1,800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천 조원을 육박하고 있는데요.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을 합쳐 시가총액 1천조 원을 넘어선 적은 있지만 코스피 시장 자체만으로 천 조원을 넘었던 적은 없습니다.
코스피 지수는 왜 이리 상대적으로 잘 나가고 있는 걸까요?
직접적인 이유는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 행진입니다. 외국인은 어제(3일)도 2천억 원 이상 주식을 사면서 열흘 연속 매수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만 4조5천억 원 가까이 주식을 샀습니다.
북한이 서해 훈련에 물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매수 규모가 주춤하긴 했지만 조금만 더 샀다면 이미 1,800선 돌파를 했을 지도 모릅니다. 현재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아시아 증시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유럽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하고, 미국은 경기둔화냐 침체냐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아시아의 매력이 커진 탓일텐데요.
실제로 외국인 매수로 한국을 비롯한 인도와 인도네시아 증시 등은 연중 최고치 수준이지만, 선진국의 경우 독일 제외하곤 유럽,미국, 일본 모두 주가 수준이 낮은 편입니다. 외국인 외에 연기금도 매수세에 동참하고 있고 증시 주변에 자금도 몰리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상반기에 주로 공모주 청약에 몰렸던 부동자금이 랩 어카운트를 통한 투자나 증시 주변 자금으로 유입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인 CMA 잔액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 달 전보다 1조5천억 원이 늘어난 43조9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개인들이 증권사에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 잔액도 5조원 수준을 육박하고 있는데요. 서서히 돈이 몰리게 되면 경제여건이나 기업실적과는 상관없이 돈의 힘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양상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코스피 연중 최고치 행진이 계속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요인이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계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 우려입니다.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루비니 뉴욕대 교수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만 교수는 물론
낙관론자였던 그린스펀 전 FRB 의장까지도 요즘 향후 경기에 대해선 비관적인 편입니다.
미국에서는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동시에 오는 디플레이션 걱정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장기채권에 돈이 몰려 국채 10년물 금리가 3% 밑으로 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소비지출은 두 달 째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나왔고, 개인소득도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아예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말해 소비가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데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돈이 있으면 저축을 하면서 저축률은 6% 대로 올라섰습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공장 주문 실적도 두 달 째 감소했고, 주택 매매지수도 두 달 연속 하락해 9년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요.
증시를 주도하는 외국인들이 돈을 어딘가에는 굴려야하는 투자자들이고 이들은 선진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미국이 다시 침체에 빠지는 경우만 아니라면 지난해처럼 아시아 경제는 중국 덕에 버티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는 '차별화' 이른바 '디커플링' 논리를 근거로 투자하고 있지만 현재 미국 상황을 볼 때 거의 침체까지 갈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또, 지난해와는 달리 중국 정부가 성장을 부추기긴보단 오히려 과열을 억제하고 있기때문에 중국만 믿을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여기에 국내적으론 대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고 코스피 1,800선을 넘게 되면 쏟아질 수 있는 28조 원 규모의 펀드환매 매물도 부담입니다.
코스피가 연중 최고치 행진을 하면서 여기 저기서 낙관론이 쏟아지고 있지만 선뜻 낙관론을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