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발생한 과열경쟁의 부작용으로 전당대회 직후부터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낯 붉히는 일이 잦았던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당직인선을 놓고 또 다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가장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역시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최고위원 5명과 원내대표, 그리고 지명직 최고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흔히 계파와 지역 등을 고려해 안배하는 게 통례다.
안상수 대표도 계파와 지역, 선수 등을 고려해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안상수 대표가 지난 2일 최고위원회에서 제시한 인사안은 최고위원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이미 다 기사화까지 된 이야기이니 안상수 대표의 인사안부터 살펴보자.
먼저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김대식 前 민주평통 사무처장, 박성효 前 대전시장이 추천됐다.
또 대변인에는 안형환, 배은희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 안이 제시되자 당장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고 한다.
김대식 전 처장은 정두언 최고위원이, 박성효 전 시장은 서병수 최고위원이, 배은희 의원은 나경원 최고위원이, 또 전당대회에서 안상수 대표에게 패한 후 비주류가 되겠다고 선언한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들 전원에 대해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하나 찬성하는 목소리가 없었다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특히 홍준표 최고위원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전체 대의원의 20%표밖에 얻지 못한 안상수 대표가 당직을 독식하려 한다" "안 대표의 인사안은 당직 인선이 아니라 경선캠프 잔치하는 거다"라며 안 대표를 거칠게 비판했다.
안형환, 배은희 의원 등이 경선 당시 안상수 캠프를 도왔던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당직 인선은 별다른 결론없이 다음 회의로 밀렸다.
인선 뿐만이 아니다.
2일 공개회의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딴소리가 터져나오면서 지도부간 소통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쟁점이된 정책은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이었다.
최고위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당과 이렇다할 조율없이 지난달 30일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각각 3.5%, 4.9% 인상하는 내용의 '2010년도 공공요금 조정방향'을 발표했다며 정부는 당과 긴밀한 협의를 거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원희룡 사무총장은 공공요금을 올리면서 (공공기관의) 600% 상여금 잔치는 국민 입장에서 속터지는 일이라면서 정책위가 나서 이런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서민 전기.가스요금 인하, 복지확대 방안 등을 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공공요금 인상을) 상여금 잔치라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면서 이번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서민에게는 인상효과를 최소화하겠다는 보고 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당정회의 등을 통해 수시로 쓴소리를 하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당정은 이미 선거 전에 공공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합의를 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선거를 코 앞에 두고 공공요금을 인상할 수 없어 인상 시기를 선거 이후로 미룬 것인데 정작 당 지도부에 이런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엇박자가 났다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회의 참석자는 정부로서는 이미 선거 이후에 인상하기로 당과 이야기가 다 돼 있던 만큼 사전 합의에 요금을 인상한 것 같다며 사실상 정부보다 당내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나라당 의석수는 이제 곧 180석이다.
재보선 승리와 임박한 미래희망연대와의 합당 덕이다. 하지만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모습은 영 위태위태해 보인다. 의석수만 많았지, 제 각각 따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선 승리 후에도 낮은 자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당히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 승패를 가른 건 보수와 진보 표의 결집도 차이였지 민심의 변화가 아니었다는 것이 어느 일간지의 분석이다.
한나라당 스스로 따져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