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5월,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 15살 여자아이가 숨진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이 사건의 용의자로 수원역에서 노숙을 하던 2명을 지목했습니다.
이들은 범행 가담 정도에 따라 징역 4년과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습니다.
이렇게 결론이 내려졌던 사건에 대해 2008년 1월, 수원지검 특수부에서 다시 수사를 진행합니다.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것이죠.
결국 검찰은 수원역에서 노숙을 하던 가출 청소년 5명을 검거합니다.
돈 2만원 때문에 피해자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것이죠.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돼 이들은 1심에서 각각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1명은 나이가 '촉법소년'에 걸려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무죄가 나왔고, 지난 22일 대법원에 무죄 확정 판결이 나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자백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습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인정한 것이죠. 자칫하면 억울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낙인찍을 뻔 했습니다.
사실 이 사건은 아무런 물증도 없이 4명의 자백만으로 기소가 됐습니다.
다른 증거가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죠.
무죄의 결정적 증거가 되었던 진술녹화를 보면 검찰의 자백 받아내기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한 예로 이들은 인터넷 접속 기록을 통해 대부분 PC방에서 붙잡혔습니다. 진술 도중 피의자 한명이 자신은 그 때 성남에 있었으니 확인을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죄를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묵살해버립니다. 결국 사건 발생 당일 로그인 기록만 확인만 해도 알리바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들은 구속이 되어 구치소에 수감이 되어있을 때 같이 수감되어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들은 죽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죽이지 않았다면 그대로 이야기하라는 조언을 듣고 범행 사실을 부인하지만 오히려 거짓말을 한다고, 나쁜 어른들에게 잘못된 것을 배웠다며 교도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부인을 하면 지금 더 불리하게 되는데 지금 판단을 못하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직 우리가 보호를 해줘야 되잖아요. 좀 사건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까지는 독거수용을 하는 것으로…."
또한 죄수의 딜레마처럼 상대방은 이미 자백을 했으니 너도 자백하라고 요구합니다. 부인하면 가중처벌을 당할 것 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만나본 아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말을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무죄를 주장해도 무시하고 사실대로 말하라고만 했어요. 무섭고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어요."
결국 아이들은 자백을 합니다. 하지만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기 때문에 진술을 재각각입니다.
사건의 기초 사실인 범행 장소에 대해서도 진술이 엇갈립니다. 오히려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나 수사관들은 범행 현장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맞지? 네가 이렇게 했잖아." 이런식으로 말을 맞추어갑니다.
학교 앞에 CCTV가 있었지만 아이들이 나온 영상은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피해자의 안경을 피의자의 안경이라고 우겨서 자백을 받아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재판부에 선처를 바라는 반성문을 쓰게 하고 이것을 범행을 저질렀다는 증거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가출 청소년들입니다. 지금은 20대가 넘어 성인이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분명 이들은 일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친구들은 아닙니다. 집을 나와 거리를 떠돌며 나쁜 짓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들이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 무죄판결로 이들은 사람을 죽였다는 누명에서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살인범으로 몰려 당했던 고통은 어떻게 치유될 수 있을까요?
또 어른들에 대한 불신은 어떻게… 이들은 여전히 인터넷 악플때문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저도 경찰서와 검찰을 드나드는 기자지만 실제 조사를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그 곳에 들어가면 누구든 주눅이 든다고 합니다. 성인들도 그런데 아직 청소년인 아이들은 어땠을까요? 겉모습만 보고 미리 결론을 내려서 하는 짜맞추기식 수사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 수백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들을 만들어서는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