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는 29일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기 전에 이미 수차례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간접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었다.
다만 이날 발표는 총리라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세종시 수정안 부결 등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여권이 참패한 6.2 지방선거 다음날인 지난달 3일 이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제 거취가 일하는데 부담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특히 취임 후 줄곧 자신이 총대를 메고 추진해 온 세종시 수정안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자 다음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세종시 수정안을 설계했던 책임자로서 수정안을 관철하지 못한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를 두고 '사실상 사의 표명'을 했다는 얘기와 함께 '원론적인 이야기'라는 해석이 분분했다. '책임'을 언급하긴 했지만 직접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당시 담화문에서 "국회 표결이 끝난 지금, 이제는 국무총리로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국가의 미래와 충청지역 발전을 위해 무엇이 진정 옳은 것인지 헤아려 달라는 저의 목소리는 충청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에 가려 크게 들리지 않았다"며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확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은 것은 당시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이었던 만큼 국정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정 총리는 지난 3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을 만나 거듭 사의를 표명했고 사직서도 써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그동안 "함께 가자"며 정 총리의 사퇴를 만류해 왔다.
이 때문에 정 총리의 교체를 놓고 설이 분분했다. 정 총리 뒤를 이을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는 것도 교체 여부에 대한 전망을 불투명하게 했다.
특히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예상 외로 선전하며 사실상 유임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정 총리는 지금이야말로 명예롭게 퇴진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개각이 미뤄지며 정 총리의 진의와 다르게 정 총리가 자리에 연연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데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이날 담화문 첫 문장에서 "오늘 국무총리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그동안 사의 표명을 수차례 하면서도 국무총리직을 계속 수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6.2 지방선거부터 7.28 재보궐 선거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 일정 속에서 자칫 동요할 수도 있는 정부의 근무 기강을 확립하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점과 고교교육 다양화, 대학 자율화, 학력 차별 완화 등 '3화(化)정책'을 정착시키지 못한 점, 대.중소기업의 상생 방안을 확고하게 마련하지 못한 점 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다만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 최소한의 책무는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 총리의 공식 사퇴 발표에 따라 총리를 비롯한 내각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내달 10일께로 예상됐던 개각이 다소 앞당겨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