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ARF에 참석한 박의춘 북한 외무상에 관한 얘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화려한 스타'였다면, 박의춘 외무상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모습을 반영하듯, '외톨이'라는 인상을 줬습니다.
◆영어 못하는 '외교부 장관'
북한의 외무상은 우리로 따지면 외교부장관입니다. 한 나라의 외교 문제를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장관이건 영어 능력이 필수 요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달랐습니다.
7월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ARF 참석 외교장관들을 위한 환영 만찬이 있었습니다.
만찬에 참석했던 우리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27개국 외교장관들과 수행진들이 대부분 참석했는데, 그러다보니 만찬 장소가 협소했다고 합니다.
국적에 상관 없이 서로 돌아다니며 인사도 하고, 빈 자리에 앉기도 했는데, 유독 북한쪽 테이블만 썰렁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수행진들이 가서 인사를 해도 인사를 받지 않고 무거운 분위기였다고 하는데요, 이유인 즉슨, 북한 수행진 가운데 대변인 격인 리동일 군축과장 등 한두 명을 제외하곤, 영어를 능통하게 하는 인사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박의춘 외무상 본인도 영어를 못한다고 합니다.
또, 박 외무상은 올해 78세인데, 그러다보니 기력이 많이 쇠한 듯 걸을 때마다 옆에서 들으면 '씩씩'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박 외무상의 '외톨이 행각'은 회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목격됐습니다.
ARF 포럼 당일(7월 23일) 오전 자유토론이 끝난 뒤 점심시간에 다른 나라 대표들은 서로 어울려 식사도 하고 환담도 나누는데, 박 외무상은 다른 나라 대표들과 합석하지 않고 보좌관 두 명만 대동한 채 식사를 했습니다.
또 행사장을 이동할 때도 북한 대표단은 다른 나라 대표단과 떨어져 이동하곤 했습니다.
◆북한의 '황당한 통역'
ARF 회의장에서 북한의 통역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습니다.
회의장에서는 주로 장관들이 영어로 발언하고 이를 각국 통역사들이 별도 마련된 부스에서 자기 나라 장관들에게 통역을 해줍니다.
일례로, 클린턴 장관이 발언을 하면 이를 북한 통역사가 통역을 해서, 통역기(헤드셋)를 통해 박 외무상에게 전달해주는 것입니다.
이 통역기에는 각 나라마다 정해진 채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1번, 태국 2번, 북한 3번… 이런 식으로.
그 채널에 맞추면 다른 사람도 그 나라 통역사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회의 시간에 우리측 고위 당국자가 '과연 북한은 어떤 식으로 통역을 할까' 궁금해서 북한 채널을 들어봤다고 합니다.
처음엔 고장난 줄 알았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장관의 발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통역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더란 것입니다.
참고 기다렸더니, 한 장관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통역사가 딱 한마디씩만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박 외무상이 사전에 지시를 했겠죠…. 일일이 통역하지 말고 압축해서 한마디로 해 달라고….
나중에 박 외무상은 아예 헤드셋마저도 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쯤 되면 '학업에 뜻이 없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호기심 많은 우리측 인사가 회의가 끝난 뒤 이번엔 북한 통역사의 부스에 들어가 봤다고 합니다. 테이블 위에 있던 종이에 잔뜩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회의장 풍경이나 장관 얼굴, 통역 부스에 있던 기계 등….
통역사가 할일이 없긴 없었나 봅니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박 외무상은 자기 차례가 되자 자기 하고 싶은 말만 죽 늘어놓았습니다. 물론, 북한말(=한국말)로.
박 외무상의 발언 요지는 이렇습니다.
"지난 몇 달간 전쟁 직전의 폭발적 정세는 공화국의 안정과 인민에 피해를 줬고 경제에 극심한 손해를 가져왔다.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2012년)을 맞아 강성대국 달성을 인민에 선포함에 따라 지난해 강철, 기계공업 등을 비롯한 인민 경제에 기적적 성과를 거뒀고 경제활성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금년에는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 경제발전의 총력적 힘을 집중하고 있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전국 방방곡곡에 현장지도를 다녔고, 국제적 투자와 관광업 확장, 경제개발 확대, 중대한 정책을 확정해서 그 어느 때보다 무한하게 안정적인 정세가 필요한 때인데
남조선 군부의 일방적 조사결과만 있는, 그래서 남한 내부에서도 의혹이 제기되는 천안함 사건을 남조선을 들고 나와 우리를 어렵게 한다."
북한은 이번 ARF 회의에서 27개국이 모두 모이는 전체회의보다, 북-베트남, 북-말레이시아, 북-중국 등 두 나라간 양자회담에 더 주력했다는 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