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노신사가 책을 훔친 이유는?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대형 서점 상대 도서를 상습적으로 절취한 피의자 검거'

지난 수요일 경찰서에서 나온 보도자료 제목입니다. 제목만 보곤 '흔한 절도 사건일거야' 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읽어봤더니 절도범이 70대와 60대, 두 명의 노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죠. 이건 '얘기되는'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찰서에 갔더니 형사들이 압수한 책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훔친 서점별로 정리해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라는데요. 수백권 되는 책들을 쭉 봤더니 대부분 토익이나 토플같은 영어 교재, 아니면 중고등학교 학습지였습니다.

노인들이 훔친 책이 건강이나 취미 관련 서적이라면 그래도 이해하겠습니다. 왜 학습지였을까요? 70대 노인과 토익 교재라.. 뭔가 어색했죠. 보아하니 손자나 손녀에게 주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왜 학습지인가요?

담당 형사분이 그러더군요. "훔친 책을 학부모들한테 팔았대요."

이 두 노인,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책을 팔았다고 합니다. 70대 노인이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식당에 오는 학부모들이 필요한 책을 말하면 며칠 안에 서점에 가서 책을 훔쳐 와 팔았던 겁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야 학습지 가격이 만만치 않다보니 싼값에 책을 구해주는 노인에게 구입을 부탁했을 겁니다. 노인이 책을 훔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고요. 하지만 책 좀 싸게 사려다 본의 아니게 서점 주인에게 피해를 준 꼴이 됐습니다.

피해를 본 서점 주인들 얘기를 들어보니 노인들이 가끔 책을 훔치다가 걸리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나이 들었으니까 좀 봐줘" 해서 신고하지 않고 풀어줬다고 합니다.

그래놓고도 두 노인, 어찌나 뻔뻔한지요. 인터뷰를 시도했더니 "그까짓 책 몇 권 훔친게 뭐가 그렇게 문제냐"며 역정을 내는데, 후안무치로밖에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런 흉한 꼴 보기 싫어서라도 책은 제값 주고 사서 봐야겠습니다.

광고
광고 영역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