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장마가 잠깐 쉬고 있는 사이 전북 군산을 방문했습니다. 이 지역에는 지난해 10월말 파종한 국산 밀 수매가 한창이었습니다. 6월 중순경에 수확한 밀이라고 하는데 가을에 수확하는 벼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어서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황금 들녘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통통한 밀알로 봐서는 국산 밀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지난해 파종한 국산 밀은 6만톤 정도입니다. 그런데 올 봄에 내린 집중호우와 이상저온에 따른 냉해.습해 등으로 예상 수확량이 4만톤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합니다. 국산 밀을 재배하는 농가들은 일정량 이상을 수확해야 타산이 맞는데 올해는 수확량이 절반에 그쳐 농사를 애써지었지만 허탈감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농기계, 비료,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라는 한 농부의 절절한 목목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국산 밀 자급 정책은 수입에 100% 의존하는 현실 때문에 시작됐습니다. 밀가루는 쌀에 이어 제2의 주식이 된지 오래로 우리 국민들이 3끼중 1끼는 밀가루 음식을 먹다보니 해마다 수입량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 수입한 양만 210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국산 밀 생산은 고작 1만9천 톤으로 수입량의 0.9%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식용 밀의 10%가량을 국산 밀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문제가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먼저 수입밀과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국산 밀 품종개발입니다. 현재 재배되고 있는 국산 밀의 80%가 금강밀인데, 이 밀은 주로 국수 같은 면에 적합한 품종입니다. 빵이나 과자 등에 적합한 밀인 조경밀과 조품밀 품종은 채 10%도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럼 조경밀이나 조품밀을 안심냐구요? 그건 수확량과 수확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밀과 보리는 벼에 이어 이모작용으로 재배되는데, 품종에 따라 수확시기를 못맞출 경우 벼 재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6월 초중순에는 밀을 수확해야, 그 이후에 논을 갈아엎고 다시 모내기를 할 수 있습니다. 수확시기가 늦어지면 벼를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다양한 품종을 심을 수 없는 겁니다. 올해도 금강밀의 경우 수확시기가 늦어져 모내기 하는 농민들이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수확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 있는 우수한 국산밀 품종 개발이 가장 시급한 과젭니다. 현재 국산 밀 품종은 20여종에 달하지만 금강밀에만 의존하는 우리 현실로는 값싸고 질좋은 수입밀과 경쟁해서 이기기 어려습니다.
두 번째는 밀 재배지역의 저장시설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현재 전국의 밀 재배 지역은 전북과 전남, 경북이 대표적인데 수확량이 해마다 늘어남에따라 밀 저장공간이 부족해 농협 저정 창고를 일부 빌려쓰는 실정입니다. 그나마 쌀 저장시설도 부족해 밀을 저장할 공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해마다 밀 재배면적이 늘어남에따라 저장시설도 확충되야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지역 농민들은 속만태우고 있습니다. 이밖에 경관보조직불금 등 정부 보조금도 한정돼 있어 밀 재배 농가에 돌아가는 몫이 한정돼 있습니다. 정부는 국산 밀 수매자금 지원금을 올해 209억원 책정해 놨습니다. 이 정도 규모의 지원만으로 오는 2017년까지 국산 밀 자급률 10%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정부의 현실적인 밀 자급률 대책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