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7일 국내외 주요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인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이 발생한 지 정확히 1년 만에 또다시 디도스 공격이 발생했다.
청와대, 외교통상부 등의 국가기관과 네이버, 농협, 외환은행 등 민간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이번 디도스 공격은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큰 피해를 입으킬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번 공격을 통해 디도스 공격은 언제 어디서나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사이버 보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은 물론 민간과 국민 개개인의 꾸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년 만에 7.7 디도스 공격 재현 = 7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께부터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등 일부 국가기관과 네이버, 농협, 외환은행 등 민간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디도스 공격이 탐지됐다.
지난해 7월 7일 발생한 7.7 디도스 공격 대란 이후 정확히 1년 만에 발생한 이번 공격은 그러나 지난해와 달리 소규모 트래픽을 발생하는데 그쳐 대상 사이트에 큰 피해를 일으키는 데는 실패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디도스 공격량은 지난해 7.7 디도스 공격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으로 현재까지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디도스 공격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 중이나 지난해 7.7 디도스 공격에 사용됐던 좀비 PC 중 일부가 공격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지난해 7.7 디도스 공격 당시의 악성코드는 좀비 PC의 하드디스크를 파괴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면서 "백신을 내려받아 치료하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이 시스템 날짜 중 월일은 그대로 둔 채 연도만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이번 공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번 디도스 공격과 마찬가지로 이번 디도스 공격 역시 원인이나 주체를 정확히 밝히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지난해 7.7 디도스 공격 당시 악성코드에는 올해 또다시 공격한다는 명령은 없었다"면서 "좀비 PC의 시스템 날짜를 돌려놓은 케이스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원인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디도스 공격자에 대한 추적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 강화에 별다른 피해 없어 = 일단 지난해 7.7 디도스 공격과 비교했을 때 이번 디도스 공격 자체가 소규모인데다 정부나 공격을 받은 사이트들의 보안 대응 능력 또한 대폭 강화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해 7.7 디도스 침해사고 당시에는 국내 22개 사이트, 국외 14개 사이트 등이 총 3차례에 걸쳐 공격을 받으면서 접속 장애를 일으켰다.
좀비 PC로 사용된 일부 PC는 하드디스크가 손상되는 피해를 당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정부 및 민간의 사이버 위협 대응능력이 강화되면서 이번 디도스 공격에 따른 파장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디도스 대란 발생 이후 국가 사회적으로 사이버 침해사고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국가사이버위기 종합대책'을 수립해 사이버보안 예산 및 인력을 대폭 확대했다.
아울러 132개 행정ㆍ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디도스 대응체계를 구축했고 국방 사이버사령부 창설, 정보보호제품 세액감면(3%) 지속 등 다양한 사이버보안 노력을 기울였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7.7 디도스 이후 디도스 장비 확충 및 방화벽 보강, 네크워크 대역폭 확대, 전문인력 확보 등의 인프라를 확충하고 모의훈련 등을 통해 취약점을 보완했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서비스사업자, 금융기관, 포털 등 민간분야 역시 지난해 이후 사이버위협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또 다른 공격에 대비해왔다.
이번에 공격을 받은 포털 네이버의 경우 디도스 공격 등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실제 상황 발생 시 최고보안책임자로부터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조직 체계를 구성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재발 가능성은 여전..위기의식 가져야 = 이번 디도스 공격은 우리 주변에서 사이버 공격이 언제 어디서나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와 민간이 지난해 이후 디도스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최근에도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공격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시만텍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악성코드의 수는 갈수록 늘어나 지난 2002년 2만5천개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289만개로 증가했다.
하루에도 1만건 이상의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국내에서도 여전히 하루에 수십 차례 이상의 크고 작은 디도스 공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6월 9일과 11일에는 중국으로부터 우리나라 국가 포털 사이트 및 일부 정부기관 사이트, 슈퍼주니어 관련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시도한 사례가 나타난 데 이어 7.7 디도스 침해사고 1년 만에 비슷한 사태가 벌어지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의 개선에도 아직 기업과 개개인의 사이버보안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전체 기업의 63.6%가 정보보호에 대한 지출 자체가 전혀 없다고 답변하고 있으며 인터넷 이용자 중 46%가 한 달에 한 번도 보안패치를 업데이트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생한 디도스 공격 역시 지난해 7.7 디도스 대란 당시 사용된 좀비 PC 중 사용자가 백신 등을 내려받지 않은 PC가 이용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인의 위기의식 부족이 디도스 사태 재발을 불러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사회 곳곳에서 보안에 대한 준비가 많이 이뤄줬지만, 아직도 겉치레적인 준비에 머무르거나 지체된 곳이 적지 않다"면서 "소매치기로부터 자신의 지갑이나 가방을 지키는 심정으로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자신의 PC를 다루고, 우범지역을 피하듯 검증되지 않은 사이트나 콘텐츠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