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13명의 의원들이 한자리에 처음 모여 정견발표를 하는 날.
전당대회 출마 후보이면서도 같은 시각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고 출판기념회를 하는 국회의원이 있었으니, 이성헌 의원이었습니다.
-13번째로 정견발표를 느즈막히 했습니다.
'아니, 오늘 하는 게 맞아?' 하고 자세히 보니, 공지 문자 가장 위에 자리 잡은 한 문구가 눈에 쏙 들어왔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 참석>
이 문구에 화들짝 놀란 많은 기자들이 정견발표회장 대신 이성헌 의원의 출판기념회장으로 종종 걸음을 쳤습니다.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이번 전당대회에는 친박계 의원으로 서병수 의원, 주성영 의원, 한선교 의원, 이성헌 의원, 이혜훈 의원이 출마했습니다.
한나라당의 친박계 의원은 좁게 보면 40명, 넓게 보면 50명 정도인데, 무려 5명이 출마를 하게 되면, 친박계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친박계는 중진의원들이 모여서 후보를 최대한 2명으로 정리하려 무진장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서로 나서보겠다는 후보들을 모두 수긍하게 할 '정리의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5명의 후보가 난립하게 됐는데, 그렇다면 이들 중에 누가 박근혜 전 대표가 마음을 준 사람인가가 중요해졌습니다. 저마다 박 전 대표가 출마를 격려해 주었다고 암암리에 자랑하는 상황이었는데, 오늘 이성헌 의원이 전당대회 선거 후원금을 위해 마련한 출판기념회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한다 했다니….
기자들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기자들의 이런 저런 질문에는 응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 이성헌 의원 행사에만 오시면 다른 의원들이 오해할 수 있잖아요' 라는 질문에 '다른 모임도 있어요' 라고 답했습니다.
이성헌 의원에게만 특별히 별을 달아주는 의미는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이번에 전당대회에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을 하나하나 확인해 본 결과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자리를 빛내줄' 행사는 오늘 이성헌 출판기념회와 다음주 서병수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선교, 주성영, 이혜훈 등 다른 의원들은 박 대표의 마음을 얻었다고 자랑하는 이들 의원들의 선거운동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는 분위기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쓰는 사람들의 1단계 방법, 아마 많이들 아실텐데요, 좋아한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 겁니다.
오늘 취재해보니, 나머지 3명의 의원들은 아예 출판기념회나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지 않는다고 합니다.
돈 들여서 이벤트성 행사를 하는 것 보다, 지방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직접 만나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행사가 없으니, 박근혜 전 대표를 초대할 필요도 없고 초대했다가 괜한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는 이유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 아닐까요?
친박계 의원들은 어떻게 해서든 박근혜 전 대표가 5명의 후보를 2명이내로 '정리'해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그럼 자진해서 행사를 열고 박 전 대표를 초대한 두 분의 행사에 박 전 대표가 참석하는 상황이 박근혜 식 정리입니까? 아니면, 스스로 박 전대표를 초대하지 않는 나머지 세 분이 친박계식 정리를 하는 겁니까?
탈 계파, 화합, 쇄신.
친이계이든 친박계이든 중립이든 오늘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외친 구호는 엇비슷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은 탈계파도 화합도 쇄신도 아닌, 계파별 세 대결로 가고 있는 것 아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