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핵심으로 하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노사정간 신경전도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파업 같은 물리적인 투쟁과 별도로 기자회견이나 논평,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과 논리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상대방을 폄훼하거나 압박하는 데 주력하는 등 여론전이 뜨겁게 펼쳐졌다.
정부와 경제계는 타임오프제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이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개정 노조법을 주도한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최근 내부 회의는 물론 각종 강연과 언론인터뷰 등 기회가 닿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개정 노조법 시행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노동부가 전날 지방노동관서장 회의를 주재한 임 장관의 타임오프 관련 발언록을 오후 8시 넘어 언론에 배포한 것도 이런 맥락의 연장선에서 나온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후 8시는 조간신문 기사 마감이 대부분 끝나는 시각이다.
발언록에서 임 장관은 "그동안 어려운 상황도 있었으나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조법 개정 합의를 했고 법 개정과 함께 후속 조치를 해왔다. 그런데 일부에서 시대의 물줄기를 역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지고 민심과 동떨어진 것인지 인식해야 한다. 단언하건대 이런 시도는 성공할 수도 없고 성공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임 장관은 전날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연 콘퍼런스에서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까지 전임자 급여는 받지 않겠지만 복수노조를 인정하라는 태도였다가 지금은 타임오프제를 반대한다고 하는데 이는 일관성이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에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에서도 "노조와 갈등을 피하려고 적당히 합의를 하고 노조에 더 주려고 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간주해 엄단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도 이날 공동 결의문을 통해 "경제계는 산업현장에서 타임오프제가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준수하겠다"며 사측이 노조를 편법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인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에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와 야권은 타임오프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반대논리를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타임오프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선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기아차 사측이 지난 29일 새 노조법과 타임오프제와 관련한 특별단체교섭을 7월2일 갖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이날 논평을 내고 "불순한 '이중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냐"고 따졌다.
금속노조는 "회사가 노조의 전체 요구 중 타임오프 관련 내용만 뚝 떼어내 그것만 교섭하자고 하는 태도에는 새 노조법을 악용해 노조가 유독 그것만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몰아 파업을 불법으로 손쉽게 몰고가 보겠다는 음흉한 술수가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10년 넘게 쟁의를 하지 않았던 다이모스, 현대하이스코 등과 같은 기업 노조들이 타임오프제 반대 파업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며 7월에는 두산, 기아차, 효성 등에까지 파국이 확대될 것이라며 '세 확산'을 은근히 과시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야5당 대표와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부가 노동기본권의 토대를 허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타임오프제 폐해를 막기 위해 노조법을 재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보도자료를 내 "야 5당의 타임오프 관련 노동부 매뉴얼 폐기 및 노조법 재개정 요구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사관계 선진화의 시금석이 될 타임오프제도의 현장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정치권이 노사자율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타임오프제의 근간을 무력화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