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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김수철' 중형만으로는 못막는다

"체질화된 범죄자에 형량은 무의미…처벌강도-범죄발생 관계 입증안돼"
"방범초소·CCTV 증설하고 법집행 엄정하게 해야"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최근 초등학생을 납치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김수철(45)은 지난해 사회를 들끓게 했던 '조두순 사건' 이후 추진돼온 처벌 위주의 각종 아동성범죄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시민들은 유사한 흉악범죄가 재발하는 것이 처벌이 너무 가볍기 때문이라고 보고 엄벌을 거듭 요구하고 있지만, 범죄와 형벌을 연구하는 형법학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선고 형량을 높이는 등의 처벌 강화만으로는 범죄억제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자칫 흉악범의 토양이 되는 범죄자군만 확대 재생산하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특히 아동성범죄 등을 저지르는 흉악범은 정상인과 달리 범죄충동을 억제하기 어려운 체질화된 범죄자인 경우가 많아, 처벌을 강화해도 위하력(위협을 통해 잠재적 범죄를 예방하려는 힘)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기헌 명지대 법대교수는 한국형사법학회가 인용한 2009년 논문에서 "체질화된 범죄자나 범죄가 생계유지 수단이 돼 버린 범죄자에게 형량은 큰 의미가 없다"며 "범죄 억제효과란 주관적 계산의 결과라기보다 인식강도와 관계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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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학자뿐만 아니라 현직 법관도 이 같은 견해에 공감을 표시한다.

이인석 법원행정처 판사는 "상습적인 아동성범죄자 같은 흉악범은 처벌을 강화해도 범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며 "벌금형을 높여 일반시민들의 도로교통 위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먼저 검거된 조두순이나 김길태를 엄벌해도 김수철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범죄자 검거율이나 유죄 선고율이 높을수록 범죄 발생률이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는 있지만, 처벌 강도가 범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입증된 것이 없다는 게 형법학계의 통설이다.

특히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의 관심과 노력을 징벌적 엄벌로 환원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있다.

손동권 건국대 법대교수는 "범죄문제를 처벌에 의존하려는 사고와 기대는 잘못된 것으로 실망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데다, 이는 형사정책에 과부하를 초래하고 본질을 흐려 다른 예방 정책의 성과들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철 서강대 법대교수는 "단순히 성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키는 정책에는 이들의 재범률을 낮춰 좀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보다는 성범죄 전과들을 사회에서 재생 불가능한 존재로 내몰 위험성이 내재돼 있다"고 경고했다.

형법학자들은 사후 처벌 위주의 형사정책보다는 재범을 막기 위한 교도소의 재사회화 프로그램이나, 방범초소, CCTV 등 방범시설의 증설, 얼굴인식 현금인출기 설치 등 사전 범죄예방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문한다.

심사숙고하지 않은 '엄벌주의'는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교도소에 들어간 범죄자로 하여금 범죄수법을 배우고 범죄집단과 사귀게 만들며, 인간성이나 자존심을 파괴해 더욱 위험한 범죄예비군에 편입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고 형량을 높이기보다는 엄정한 형 집행을 통한 범죄 예방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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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4년 1월부터 2009년 8월까지 가석방 신청자 5만6천600명 중 89.3%인 5만500여명이 가석방됐고, 이 중 17.5%인 8천820명이 살인, 강도, 성폭력을 저지른 흉악범이다.

이 때문에 재범을 막기위해 가석방의 최소복역기간을 현행 기존 형기의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처벌 위주의 단선적인 형사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2005년 인권문제로 폐지된 보호감호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대교수는 "보호감호 제도 등이 맡아야 할 범죄예방적 기능을 형법에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며 "법정형의 폭을 지나치게 넓혀 책임에 맞는 형벌을 찾는 일을 불가능하게 만들기보다 보호감호를 새롭게 재구성해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 계류 중인 성범죄에 대한 화학적 거세법안에 대한 학계 반응도 긍정적이다.

한상훈 연세대 법대교수는 "'화학적 거세'라는 용어 대신 '성충동조절치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성범죄는 형벌적인 측면과 함께 치료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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