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끝나고 한나라당에는 '쇄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유컨데 바람이 아니라, 실체가 바람 인가..싶습니다. 7-8월 여름 휴가철에 반짝하다 겨울이면 잊혀지는 '댄스곡' 같습니다. 선거 결과를 받아들고 아연실색한 사람들의 휘청거림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제일 먼저 정몽준 당 대표가 선거 다음날 아침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박희태 대표의 재보선 출마로 전당대회에서 2위를 했다는 이유로 당대표직을 승계했던 정몽준 대표로서는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야만 한다는, 그래야 진정한 당 대표의 면목을 보일 수 있다는 압박이 컸습니다.
예측못한 참패에 정몽준 대표가 내밀 수 있는 마지막 패는 '사퇴'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정 대표의 사퇴는 실질적인 당 지도부의 쇄신으로 이어질리 만무한 상황이었습니다. 실질적인 당권은 주류라 불리는 친이계가 쥐어 왔기 때문에, 정 대표를 따라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 있을리 없습니다.
지방선거는 정몽준이라는 사람이 친이계의 차세대 주자로 쓰일 수 있겠느냐, 아니면 친이도 친박도 아닌 정몽준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겠느냐 하는 시험대였을 뿐, 정몽준 대표와 함께 한나라당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려는 무리는 참으로 적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대표의 사퇴는 아무런 상징성을, 구심력을 가지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가운데, 쇄신의 목소리는 초선의원들로 옮겨져 갑니다.
왜 초선의원들이 나섰을까?
초선의원들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안으로는 초선의원들의 목소리를 경시했고, 밖으로는 젊은 세대와 전혀 소통하려 하지 않았고 천안함 안보 이슈 부각에서 보여지듯,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과 인식을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이라며 초선의원들의 요구대로 강도높은 쇄신을 해 줄것을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지날 수록 공허해 지는 느낌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초선의원들이 외치는 쇄신에는 자기 희생의 각오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의 예의범절을 지키기 위해 초선 때는 말을 삼가고 초선 때는 행동을 삼가고, 안정적으로 줄을 잘 서고 안정적으로 지역구 밭을 일구고 하던 초선들이 청와대를 공격하며 쇄신을 전면에 내거는 것이 일면 위험해보이고 자기 희생의 각오가 대단해 보이나, 사실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재선의원이 되어야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에서, 재선으로 가는 길이, 재선으로 가는 다리가 뚝 끊어져 버린 것 같은 위기감때문에 그들은 어깨를 걸고 튀어 나오게 됐음을 아무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기 희생은 커녕, 어떻게 하면 다음 총선에도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을 때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재선의원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절박함이 얼굴과 목소리에서 읽힌다고 하면 너무 냉소적일까요?
지난 6월 9일 전체 초선의원 첫 모임에서 홍정욱 의원이 발제를 맡아 얘기한 한 대목입니다.
"결국 쇄신의 핵심은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의 문제입니다. 2년후 재선 고지에 올라야하는 초선의원들의 절박함과 기존사업을 완성해 역사의 심판을 받겠다는 단임정부의 사명감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습니다."
당 대표는 지금 어떻게 하면 다시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을까 염려하며 근신중이고, 초선의원들은 어떻게 하면 당당한 재선의원이 되서 할말을 할 수 있을까 고심중이고, 친이계는 어떻게 하면 다음 대선에서도 우리편을 대통령 만들 수 있을까 걱정이며 친박계는 어떻게 하면 다음 대선만큼은 억울한 패배를 하지 않을까 암중모색하고 있으니,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가슴 아파하며 쇄신을 말하는 의원들도 존재함을 부인할 수는 없기에 늘 희망을 가지고 곁에서 지켜보고는 있지만, 쇄신이란 자기 스스로를 깎아 내야 하는 것인데, 자신을 살찌우기 위해 쇄신을 외치고 있으니, 그 끝이 어떠할지는..꼭 시간을 들여 봐야만 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