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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위한 변명① 여론조사 뭐가 문제인가?

표현의 자유 왜곡 큰 문제…조사 자체의 문제 개선 서둘러야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역시 선거를 치르고 나니 여론조사가 논란이 됩니다. 이번에는 선거 이전에 선거 판세를 분석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실시했던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 결과와 너무 차이가 난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입니다. 여기에 공동 출구조사를 실시한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달리 단독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예측조사를 발표했던 YTN이 '예측'의 실패로 매를 맞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선거 판세 보도가 틀렸다는 이유로 언론사들이 여론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보도했던 것 자체를 비판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러한 여론조사를 일부 보수 언론이 '이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내놓는 실정입니다.

민주당은 "언론의 여론조사가 심각한 표심 왜곡을 불러왔다"면서 향후 정치여론조사 보도의 기준과 원칙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여론조사를 믿었다 발등이 찍힌 한나라당의 한 실세 의원은 "여론조사는 이제 의미 없다"면서 아예 여론조사에 사형 선고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 인터넷 언론에는 "조중동을 비롯한 대다수 신문, 그리고 희대의 공동여론조사를 한 방송 3사, 그리고 이들의 용역을 받아 여론조사를 한 대다수 여론조사기관들. 이들은 6.2 지방선거의 또 다른 패자이자, 피고"라며 싸잡아 비난을 퍼붓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월드컵 방송권을 놓고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방송 3사가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했던 것에 대해서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 보도의 문제는 뭘까요? 틀렸다는 것? 여론조사는 틀릴 수 있습니다. 특히 천안함 이슈가 선거전 초반을 뒤덮은 상황에서의 여론과 선거 직전 사람들이 급격히 냉정을 되찾게 된 상황에서의 여론은 다른 게 정상일 겁니다. 여론이 급격히 냉정을 되찾은 건 무엇보다도 천안함 이슈를 정부 여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한다는 징후를 포착했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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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문제로 사회 전반에 걸쳐 보수적 분위기가 팽창하면서 견제 심리를 더 자극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지방권력까지 다시 한 번 여권에 맡겼을 경우 여권이 너무 힘을 갖게 된다는 걱정도 했겠지요. 오히려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1주일 전부터는 발표할 수 없도록 한 게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선거 전날까지 조사가 발표됐다면 급격한 여론 변화를 읽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집 전화를 이용한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휴대전화 사용이 일반화된 지금도 여전히 집전화에 의존하는 여론조사 방법은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지난 대선 때부터 여론조사 기관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조사 기법을 제안해 왔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의 여론조사 방법의 표준이 집전화를 이용한 전통적 방법이다 보니 이른바 공신력을 요하는 민감한 여론조사는 아직도 이 방법을 씁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여론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더 크게 받게 된 거죠.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의 발표가 쏠림 현상(이른바 밴드웨건 효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은 근본적으로 여론조사 보도 자체를 부정하는 문제를 낳습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의견의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를 짚어보는 보도를 그 자체로 부정하는 건 문제가 있습니다. 온갖 기관들이 모두 여론조사를 하고 이걸 토대로 정책이나 활동 방향을 정하는데 정작 일반 국민들에게는 여론조사 결과를 알려서는 안 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쏠림 현상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 하나, 지금 여론조사를 비판하는 분들이 지적하지 않는 문제가 더 있습니다.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야당이 과연 강한 소구력을 가졌던가 하는 겁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선거 직후에 말했듯이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이 잘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야당을 꼭 찍어야겠다는 능동적인 의지보다는 여권을 견제해야겠다는 방어적 심리가 더 컸다는 것이죠. 이런 방어 심리는 흔히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으로 쏠리기 쉽습니다.

오히려 우리 사회에서의 표현의 자유 왜곡이 더 큰 문제일 겁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으면 솔직하게 생각을 다 얘기하시나요? 사실 저도 가끔 전화를 받았습니다만 민감한 현안을 물으면 주저주저 할 때가 많았습니다. 혹시라도 주류와 다른 의견, 비판적인 의견을 노출시켰다가 무슨 화를 당할까 경계하게 된다는 겁니다. 말 잘못했다가 화를 당한 사례가 얼마나 많습니까? 인터넷 댓글까지 걸핏하면 수사를 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유언비어 유포 자체를 처벌하던 유신 시대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러니 여론조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여론 조사라는 이슈에 포함돼 있습니다. 어느 한 단면만 놓고 여론조사 보도에 뭇매를 가한다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론조사 보도에서 분명히 문제는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는 것, 이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최근 그런 경향이 강화되기는 했겠지만 말입니다. 또 조사 방법 자체의 문제도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입니다. 형편없이 낮은 응답률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

(심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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