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랭이 식구파라고 아십니까?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조폭은 아는 것 같죠? 그렇다고 불량청소년들이 만든 조직이라고 하긴 촌스럽구요. 실은 6,70대 할머니들로 구성된 사기조직인데요.
리더격인 67세 한 할머니의 머리색이 노란 색이어서 '노랭이 식구파'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들은 주로 싸구려 중국약초를 만병통치약으로 속여 비싸게 팔아먹었는데요. 지난해 3월부터 올5월까지 무려 3억원 어치를 팔았다고 경찰은 이야기했습니다.
철저한 분업을 통해 완벽한 사기를 치는 방식이었다는데요. 우선 길거리 좌판에 한 할머니가 약재를 늘어놓고 팔면 주변에 바람잡이 할머니들이 한둘이 그 앞에 섭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모여있는 분위기가 나면 지나가던 사람도 한번씩 눈길이 가게 마련이잖아요. 물론 좌판에서 100~200미터 떨어진 곳에는 단속이 오나 망을 보는 이들도 있었죠.
그래서 지나가던 사람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바람잡이 할머니들이 갑자기 약효능을 늘어놓는 겁니다. '당뇨로 고생하던 사위가 이것을 먹고 낳았다.' '죽는 사람도 살리는 약이다' '유명의사도 이야기하더라' 등등 한껏 부풀려 약효를 이야기 한 뒤에 '그런데 이 약이 한의원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도통 구할 수가 없다'며 판매하는 할머니와 흥정을 합니다.
약재 판매상은 안 팔려는 모습을 보이고 바람잡이는 얼마가 됐든 사려고 하는 모습을 보니 그저 구경만 하려던 이도 자연스레 넘어가게 되는 겁니다. 그렇게 물건을 사서 수 백만원을 날린 사람은 물론 바람잡이 할머니들이 돈을 나눠서 사자고 해서 은행으로 가 대출까지 받아 돈을 날린 사람도 있었습니다.(은행을 갈 때 바람잡이 할머니들이 2명씩 피해자를 꼭 뒤따라 들어갔는데요. 이유는 바람잡이들끼리도 혹시 피해자가 찾은 돈을 몰래 가져갈까 봐 서로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답니다.)
물건이 약재이다 보니 아무래도 젊은 이들보다는 나이드신 분들을 상대로 범행이 이루어졌구요. 폐지 수입으로 생활하시는 할머니가 아픈 다리라도 좀 낫겠다고 수백만 원씩 피해를 봤다고 경찰에 와서 말씀을 해 주셨는데 참 안타깝더군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 75살 이 모 할아버지라는 분이 등장을 합니다. 이 할아버지는 공갈 혐의로 불구속 입건이 되었는데요. 이유는 노랭이식구파의 사기행각을 신고하겠다며 정기적으로 돈을 뜯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고 물리는 관계인거죠. 이런 사람을 이 바닥에선 '야당'이라고 한다더군요. 소매치기 쪽에서도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이들이 있다고 하니 범죄업계(?)쪽에서 이런 틈새시장이 있나 싶었습니다.
아무튼 다시 약초사기로 돌아와서 말씀드리면 이 노랭이식구파 일원 가운데는 30년전부터 이 일을 해 온 사람도 있고, 경찰 말로는 이렇게 번 돈으로 자기 딸 아파트도 사주고 했다던데 자기자식 집 없어서 불쌍한 건 생각이 났나 봅니다.
이들이 판매한 약재는 보골지, 천궁 등이었는데 만병통치약이라며 단독으로 복용하라고 말했다는데요. 일선 한의원에서는 이 약재들은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가 없고 노인들이 과다복용을 하게 되면 급성 간염의 부작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사기범죄가 기본적으로 단속이 되고 없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겠지만, 이 세상에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 설령 그런 약이 있다고 해도 혹하지 말아야겠지요.(뭐 사기라는 것이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저런 걸 왜 당하나'고 생각하더라도 막상 자신이 그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넘어간다고 하니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