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정부가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를 막으려고 전화 가입자의 개인정보 등록을 의무화했으나 지난달 마감시한까지 전체 가입자의 약 30%인 2천 600만 명이 등록을 거부했다.
특히 등록한 사람 중 수천 명은 아예 '필리페 칼데론'이라는 멕시코 대통령 이름으로 사용자 등록을 했다. 이처럼 멕시코 국민이 휴대전화 사용자 등록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정부가 반정부 인사들을 감시하는데 휴대전화 정보를 이용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개인 정보가 유출돼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12일 보도했다.
이런 우려는 지난달 현실로 나타났다. 관공서에 등록된 수백만 명의 비밀 개인정보가 멕시코시티의 유명한 벼룩시장 '테피토'에서 수천 달러에 거래된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칼럼니스트는 "멕시코인들이 발가벗겨졌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마약범죄 집단에 의한 납치가 일상화된 멕시코에서 이처럼 개인정보가 공개되는 것은 마치 목숨을 내놓는 것처럼 아주 위험천만한 일이다.
멕시코시티 조사경제연구센터의 구스타보 폰데빌라 연구원은 "이런 정보유출은 국민과 당국 간의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에 치명타"라면서 "이 때문에 정부가 개인정보를 요청하면서 한 약속조차 불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달 벼룩시장에 유출된 정보 가운데는 사진이 첨부된 경찰관 명단도 포함돼 있었다. 이 명단과 함께 다른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면 경찰관의 주소까지 추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로 사생활보호법이 계류중인 멕시코 상원에 비난 여론이 집중됐고, 지난 달 말 부랴부랴 만장일치로 이 법이 상원을 통과했다. 하지만 멕시코인들은 '그들은 어린이가 우물에 빠지고 나서 우물을 덮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LAT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