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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헤어나올 수 없는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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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초년병 시절 불법 전자오락실을 제보하겠다는 40대 남성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전자오락실이라 해서 '갤러그'나 '스트리트파이터' 같은 오락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지금으로 따지자면 '바다 이야기' 같은 곳이죠. 전자 슬롯머신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분은 자신이 드나들던 불법 전자오락실을 여러차례 경찰에 신고했는데 단속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하면 오락실측이 어떻게 귀신 같이 알고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 척 한다는 것입니다. 꽤 오래전 일이라 취재를 해서 실제 보도를 했는지는 도무지 생각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기억에 남은 것은 그 제보자가 들려준 자신의 생활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제보자는 건축과 관련된 기능공이었습니다. 상당한 실력이 있어서인지 공사장에 나가기로 마음만 먹으면 항상 일거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한달 정도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해 4~5백만원쯤 벌고 나면 문제의 전자오락실로 달려가 사나흘쯤 틀어박혀 침식을 잊고 슬롯머신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고생해서 번 돈을 모조리 다 잃고서야 그 광란의 잔치를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공사장에 가서 죽으라고 일해 돈을 벌면 다시 오락실로 달려와 며칠 만에 다 날리고…. 이런 삶을 몇년째 반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은 풍비박산 나 부인과는 이혼을 하고 자녀들도 보지 못한 지 오래됐다고 했습니다. 자신도 그런 삶이 너무 저주스러워서 돈을 다 잃고 나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락실은 단속되지 않고 여전히 영업을 하면서 자신의 돈을 다 빼앗아간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경찰에 신고할 만큼 전자오락이 밉다면 단단히 마음을 먹고 발길을 끊을 수 없느냐"고. 그랬더니 "매번 그렇게 마음을 먹지만 돈을 손에 쥐고 나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오락실에 앉아 있더라"고 답하더군요. 중독이란 이성적인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죠. 늪에 빠진 듯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다고 토로하던 그 절망적인 눈빛이 십년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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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도심에 무허가 사설 도박장을 차려놓고 조직적으로 사기도박을 일삼은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강원랜드에서 생활도박인-도박꾼끼리 부르는 말이더군요. 도박을 생활로 하는, 즉 중독자를 좀 우아하게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을 유인해 희생 제물로 삼았는데요, 그렇게 유인돼 2억5천만원이나 잃은 한 피해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김현숙(가명, 50대)씨는 강원랜드에 드나들다 친해진 이 조직의 알선책으로부터 "뭐하러 강원도까지 멀리 가느냐. 서울에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돈도 더 따기 좋은 도박장이 있다"는 꾐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김씨는 단순히 도박 피해자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래 드나들며 수억원을 잃다보니 이들을 수상 쩍게 여기게 됐고 결국 도박장 손님으로 가장한 바람잡이들의 정체를 알게 됐습니다. 김씨는 당연히 이들에게 '도박으로 뜯긴 돈을 돌려달라'면서 '안 그러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따졌죠. 그런데 사기도박 일당은 도리어 김씨에게 '차라리 여기서 우리와 함께 일하면서 바람잡이 노릇을 해주면 수당조로 돈을 돌려주겠다'고 유혹했습니다. 김씨는 한패가 되고 말았고 결국 검찰에 입건되는 신세가 됐습니다. 돈만 잃은 것이 아니라 범죄자가 되고 만 것이죠.

물론 카드나 화투나 슬롯머신 게임 등은 적절한 수준에서만 즐긴다면 건전한 오락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팍팍한 세상에 짜릿한 흥분을 줌으로써 활력을 찾아주는 여가생활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으로 인해 이렇게 생활이 피폐해지고 범죄자의 신세로 몰락한다면 그건 파괴의 늪이고 함정입니다.

세상의 모든 중독이 그러하듯이 도박도 한계이자 돌이킬 수 있는 마지막 선을 넘지 않으면 됩니다. 그 선을 어떻게 알 수 있냐구요? 내가 도박을 하고 싶은 욕구를 어렵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느냐, 아니면 그 욕구에 내가 휘둘리느냐를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 도박에 대한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그순간 완전히 도박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셔야 합니다. 위에 소개한 두분의 말로를 그대로 따라가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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