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불안이 좀처럼 진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는 다시 급락하며 나흘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그리스 지원안이 독일을 비롯한 각국 의회에서 통과되고 있고 IMF 지원안도 승인됐지만 불안심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까요?
시장의 인식과 유럽 지도자들의 이번 사태들 보는 인식에 차이가 있기때문입니다. 시장은 뭔가 구체적이면서 강력한 대책, 그러니까 지금 지원규모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얼마를 언제 더 남부유럽 4개국을 위해 지원할 것인지 숫자를 달라는 건데 유럽 지도자들은 "투기세력의 유로화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 면서 말 뿐인 약속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최악의 한 주를 보낸 뒤 열린 주말 유로존 정상회의에서도 내용없이 결연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선언뿐이었는데요. 이러자 유럽과 미국 증시가 또다시 급락했고, 그리스와 포르투갈 국채 조달비용은 97년 유로존 출범이후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는데요. 그만큼 빚 많은 나라들이 돈 구하기 더 어려워져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유럽 내부에선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금융기관들이 서로 돈을 빌려주지 않아서 돈이 돌지 않는 이른바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남부유럽 4개국 빚의 80%가 프랑스와 독일,영국 등 유럽 금융사들에게 집중돼 있는데다가 남부유럽 4개국끼리도 그리스 은행은 포르투갈 은행에 빚을 지고 있고 포르투갈은 다시 스페인 은행에 빚을 지고 있는 등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만일 이들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유럽 금융기관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될 수 있다는 걱정때문에 유럽 은행들에 대한 부도위험 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유럽금융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제히 세계 증시에서 돈을 회수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겁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 27개국 재무장관이 긴급 회동을 갖고 비상기금 조성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5천억 유로 규모의 기금 조성안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인데 유로화를 쓰지 않는 영국이 반대하면서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니다. 시장 불안의 근저에는 이번 유럽발 악재가 2008년 금융위기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프랑스계 은행 BNP 파리바가 내놓은 분석을 보면 그리스를 베어스턴스로, 포르투갈은 리만브라더스로, 스페인을 AIG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베이스턴스 파산으로 공포가 시작됐고, 리만브라더스 파산으로 세계적인 연쇄충격이 확산됐던 것을 상기시키는 건데요.
이번 사태를 보는 시장의 인식을 일부 보여주는 거라고 할 수 있죠.
금융위기 해소과정이 결국 민간부문의 빚을 나라가 세금을 풀어 떠 앉은 것이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어서 다시 충격이 올까 불안해 하는 건데요. 다만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금융위기때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우선 나라 빚은 대부분 공개된 정보라는 점이 다르다는 거죠. 금융위기때는 규모조차 알 수 없는 복잡한 파생상품을 전세계에서 나눠가지면서 불확실성 때문에 두려움이 지배했는데요.
이번은 유럽은 촘촘히 얽혀있지만, 미국이나 아시아와는 직접적인 채무규모가 크지 않기때문에 최악의 경우라도 아시아 외환위기때처럼 지역적 충격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많은 편입니다.
우리 정부 인식 역시 한국과 남부유럽 4개국은 채권채무 규모가 적고 수출비중도 2% 밖에 안 돼 영향이 제한적이기때문에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는 건데요. 하지만 금융시장은 객관적 상황보다 불안심리가 작용하기때문에 24시간 비상점검체제를 갖추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 동향을 매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외국인 자금 흐름이기때문이죠.
실제로 지난 7일 외국인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2천억원을 파는 등 나흘 연속 매도세를 이어가며 2조원 이상 주식을 팔았는데요. 이러면서 코스피 지수가 지난 주에만 5.4% 급락해 1647선까지 밀려났고, 환율도 40원 이상 뛰었기때문입니다. 증시 전체 외국인 자금이 315조원 정도되는데 이 가운데 30%인 105조가 유럽계 자금이어서 이 자금이 더 빠져나갈 지 여부가 앞으로 주가와 환율을 좌우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