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가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면서 기준금리 인상 시기상조론을 견지해 온 정부와 한국은행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연 2.0%)를 15개월째 동결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사실상 폐기된 출구전략 국제공조가 재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은은 저금리 기조로 시중 유동성이 넘쳐나고 경기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금리 조기 인상론이 빠르게 고개를 들자 고민에 빠져 있었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국가별 상황에 맞게 출구전략을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모음에 따라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가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기준금리 인상을 뜻하는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신중해야 한다는 당.정.청의 입장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정부와 한은은 그리스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제2의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전체와 미국 등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올 정도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경기 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동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부 국가가 이미 금리를 올리기도 했지만,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므로 일정 범위에서 인식을 같이하면서 정책을 펼친다면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 사태의 확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금통위는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달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신호를 보내기보다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언급하며 국제공조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관계자는 9일 "최근 기준금리를 조기에 점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그리스의 재정 위기 확산으로 조기 금리 인상론의 힘이 다소 빠지겠지만, 장기간 이어질 이슈는 아니다."라며 "따라서 2분기 중에 금리 인상은 어렵겠지만 2분기 경제 성적표와 세계 경제의 추이를 살피고 나서 3분기 중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도 기준금리의 조기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점쳤다.
그는 "출구전략에 나선 호주, 브라질, 인도 등과 달리 한국은 원자재 수입국인데다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민간 부문의 회복을 확인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2분기 경제지표가 확인되는 8월이나 9월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