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법원의 결정은?
전교조는 먼저 '교과부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교과부가 조합원의 명단을 수집하거나, 조합원 명단을 조전혁 의원 등에게 (조 의원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입니다) 제출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거였지요.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는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조 의원이 이긴 겁니다. 재판부가 밝힌 기각 이유는 이렇습니다.
1. 교과부 장관이 각 학교장을 관리하면서 교직원의 단체활동, 노조 가입 현황을 제대로 확인하고 이를 공시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교사들의 실명이 들어간 자료를 수집해야만 한다.
2. '전교조'는 교사들의 근로조건의 유지나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한 '근로자 단체'라는 점에서 볼 때 다른 노조들과 다를 바 없다.
3. 전교조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난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명단이 공개된다 해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조 의원은 신이 났을테고, 전교조는 죽을 맛이었겠지요. 그래서 조 의원은 교과부로부터 전교조 소속 교사들 명단을 넘겨 받습니다. 그리고는 "늦어도 4월 초까지는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지요.
그러자 전교조가 이번엔 '조전혁 의원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냅니다.(정확히는 전교조와 전교조 소속 교사 16명이 냈습니다) 조 의원이 일반인들에게 전교조 회원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는데요.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이번에는 법원이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 51부는 조 의원에게 각 학교 교사의 교원단체나 교원노조 가입 현황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언론 등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역시 이유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관련법을 살펴보니(교육관련 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학교별 교원단체와 노동조합 가입자의 '숫자'는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교사들의 실명이 들어간 '명단'을 직접 공개하도록 허용한 내용이 없다.
2. 노조에 가입한 정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 보다 훨씬 민감한 내용이고, 공개 대상이나 범위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명단이 공개될 경우 해당 교사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
3. 전교조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학생이나 학부모의 학습권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학교장이 노조 가입 교원 숫자를 정확하게 공시했나 보겠다'는 원래 목적대로 관련 정보를 사용하라.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조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실명이 담긴 자료를 받는 건 문제없지만, 넘겨 받은 자료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이 쯤에서 떠올리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내용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라는 사실입니다. 본안 소송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법원이 전교조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거나,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최종결정을 내린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소송이 진행되면 '명단을 공개해도 될 지 판단을 해봐야겠으니, 일단 명단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말고 좀 있어보라'는 것이지요. 법원이 공개를 '막았다'기 보다, 공개를 '보류했다'고 이해하는 게 맞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가처분 제도의 본래 목적이 그것이니까요.
그래도 3000만 원은 너무 한 것 아닌가?
그럼, 하루 3천만 원이 너무한 것인지를 살펴봅시다. 조 의원도 눈덩이 같이 불어 가는 간접강제금이 부담스러워서 결국 명단 공개를 포기하고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내렸습니다. 조 의원은 "전교조와의 '돈 전투'에서 일단 졌다"고 말했는데, 다음 날, 일부 신문은 이 내용을 그대로 헤드라인으로 뽑았습니다.
반면, 반대 논조를 가진 신문들은 "조 의원 굴복, 나머지 의원은 그대로 버틴다"는 내용을 실었고요. 똑같은 현상을 두고도 이렇게 단어 하나 바꿔 해석하기에 따라 읽히는 내용이 제각각입니다.
여러분은 간접강제금 3천만 원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며칠 만에 명단을 내린 걸 보면.. 충분히 효과적인 결정인가요? 아니면 뭔가 의도와 음모가 담긴, 정치적이고 터무니없는 결정인가요? 우선 판단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고 지나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간접강제금'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도대체 '간접강제금'이 뭘까요?
간접강제금이란, 민법상 강제집행의 한 수단으로 일종의 벌과금입니다. 간접강제금은 법원의 결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부과되는데, '위반이 있는 날마다' 집행이 됩니다. 조 의원의 경우, '명단 공개를 보류하라'고 결정했으니 명단을 공개하게 되면, 그 날마다 돈을 내야 하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공개를 하지 않을 경우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보통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벌금 OO에 처한다'고 해서 무조건 벌금을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하루에 얼마씩 계산해서 구금이 됩니다. 하지만 간접강제금은 법원의 명령을 '어길 경우만'내기 때문에 벌금과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그러니까 '3천만 원이 지나치게 많은 금액 아니냐'는 말은 '법원 결정이 마음에 안 들면 따르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입니다. 어차피 결정을 따를 생각이라면.. 간접강제금이 얼마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이 말은 덮어놓고 법원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간접강제금의 '금액'을 문제삼는 것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이야깁니다. 응당 법원의 판단에 불복할 수 있고, 법원 결정이 잘못됐다고 가열차게 비판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법원 결정 자체를 비판하고, 절차에 따라 불복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혹 문제가 되는 법리나 절차가 발견된다면, 이를 공론화시키고 고쳐야 합니다. 교양이 있는 일반인들도 그래야 마땅할텐데, 법을 만드는 것이 직업인 국회의원은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3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