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돼지의 우량정자 생산 및 품종 개량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사상 초유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의 핵심 업무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정상가동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우량가축 연구와 보급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구소 직원들도 2일 애써 키워온 우수 종우(씨소)와 종돈(씨돼지) 1천500여마리가 모두 매몰 처분되고 자체적으로 생산 보관해온 우량 소와 돼지의 정액이 모두 폐기 처분되자 "이러다가 연구소 존립기반까지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충남 축산기술연구소 존립 위기 = 충남도내 축산분야 연구개발의 산실인 축산기술연구소는 일제 강점기인 1941년 보령시 명천동에서 '충남종양장'이란 이름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시설이 너무 낡고 좁아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61만8천㎡의 터에 첨단시설과 장비를 갖춘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고 2006년 5월 이전했다.
연구소에서는 19명의 직원이 근무하면서 ▲우량종축(정액) 안정공급 ▲가축개량 및 축산기술 보급 ▲고능력 종축 검정 선발 ▲실용화기술 개발 시험연구 ▲가축유전자은행 설립 운영 ▲축산.바이오 실증 시험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이 연구소에서는 돼지 1천223마리와 한우 303마리, 칡소 14마리 등 모두 1천549마리의 종우와 종돈을 키워 왔으나 1일 어미돼지 2마리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나옴에 따라 모두 땅속으로 사라졌다.
종우와 종돈의 가격이 워낙 비싼 만큼 피해액도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충남도는 추산하고 있다.
경제적인 손실보다 더 큰 피해는 연구개발 활동 차질이다. 새끼를 입식해 우수 종우와 종돈으로 키우는 데 최소 2년 이상 소요되는 만큼 연구개발을 재개하기 위해선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축산농가에 대한 번식용 정액 공급과 송아지 등 새끼가축 분양도 전면 중단됐다.
이 때문에 도내 농가는 다른 지역에서 정액과 새끼가축을 들여와야 할 형편이어서 축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충남 축산기술연구소가 충남대 동물자원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축산-바이오테크노파크 조성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사업은 1996년부터 2012년까지 국비 226억원과 도비 245억원 등 모두 471억원을 들여 청양군 정산면 학암리 일원 83만㎡를 '충남 축산분야 연구개발의 메카'를 만드는 것으로, 현재 두 기관은 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산화 돼지고기 생산기법에 관한 연구' 등 5건의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에서 사육해온 동물 1천540마리와 인근 충남대 동물농장에서 키워온 동물 173마리가 모두 매몰처분됨에 따라 해당사업을 추진하는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도 관계자는 "축산기술연구소와 충남대 동물농장 모두 피해를 당한 만큼 공동으로 추진해온 사업의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며 "향후 사업추진 방안은 충남대 측과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축산 관련기관도 '초비상' =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이 발생함에 따라 국내 토종가축의 종자를 공급 보존하는 천안시 성환읍 소재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축산자원개발부는 구제역 발생 인근지역으로 직원들이 출장을 가거나 주말에 외출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으며, 외부인의 출입은 물론 접촉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또 축산자원개발부 안에서 진행 중인 건물 증축과 연구동 내부수리 등도 구제역이 잠잠해질 때까지 전면 중단하기로 하는 등 구제역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농협이 우량한우를 생산하기 설립한 서산시 운산면 농협 한우개량사업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우개량사업소는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에서 구제역 양성판정이 확인된 1일 씨수소 150여마리 가운데 34마리를 경북 영양군 내 축협 생축장으로 급히 분산한 데 이어 충남 축산기술연구소의 구제역 양성판정 2일째인 이날까지 추가로 16마리를 영양군으로 옮겼다.
앞서 한우개량사업소는 포천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초 자체 보관해온 수소정액 44만여 스트로 중 절반이 넘는 30만여 스트로를 대전시 인근의 보관창고로 분산해 놓은 상태다.
이밖에 한우개량사업소는 휴일인 1일과 2일 전 직원(87명)이 출근해 해미-운산 도로 양편에서 2교대로 집중 방역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사업소 반경 1㎞ 이내 농가에 대해서도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우개량사업소 관계자는 "사업소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수십년 간 쌓아온 명성을 단 한번에 잃게 될 뿐 아니라 국내 축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을 주는 만큼 '목숨을 지킨다'는 각오로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