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맹인검객이 등장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습니다.
영화에서 황정민 씨가 분한 맹인검객 황정학은 조선시대 실존했던 사암침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원작 만화를 그린 박흥용 화백은 한 시각장애인 침술가로부터 황정학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는데요.
황정학이 의병으로도 활약했다는 구전을 접한 뒤 검술에도 능했을 것으로 추정해 맹인검객으로 설정했다고 합니다.
[박흥용/화백 : 실존인물 황정학은 사암침이라는 침을 아주 독특한 개인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침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침술의 대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전에 의하면 의병을 모아서 왜놈이랑 싸웠다는 얘기도 있고..]
영화 속 맹인검객 황정학은 앞은 못 보지만 날카로운 반사신경과 신들린 듯한 검술 실력을 자랑합니다.
영화에서 검은 그냥 멋지게 휘두르는 액션 도구가 아닌 인물의 성격과 감정 그리고 영화의 주제까지 전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로 치밀하게 기획됐습니다.
[이준익/감독 : 그 본질이 드라마 안에서 인물의 감정 대 감정이 서로 충돌하면서 벌어지는 파워있는 액션. 이런 쪽에 차별점을 뒀기 때문에 아마 영화를 보시면은 다른 칼싸움 영화랑은 아주 확연하게 구분돼있는 미학적인 추구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황정학의 검을 연출한 오세영 무술 감독은 황정학의 검 속에 생존본능과 인본주의가 스며있다고 설명합니다.
칼집을 더드미처럼 쓰고 혀로 딱딱 소리를 내며 음파의 미세한 느낌으로 상대방과 거리를 잴 정도로 본능적인 반사신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몸으로 밀거나 검집으로 때리며 살생을 최소화하는 인물의 인본주의가 검에 녹아있다는 겁니다.
[오세영/무술감독 : 그 사람의 생존본능이 자기의 검술을 극대화시켰을 것이며 그러다보니 뭐 굳이 상대를 죽이거나 살상을 하기보다는 그냥 더이상의 나쁜 짓을 못하도록 상대방의 인체의 한 부분을 해를 입혀서 그냥 더 이상 나쁜 짓을 못하게만 하자.]
반면 반란을 꿈꾸며 그 앞의 어떠한 장애물도 허락하지 않는 이몽학의 검은 그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오세영/무술감독 : 차승원씨도 충분히 공감을 하는 부분이 전진의 검, 후회없는 검, 미련 없는 검. 이게 당신의 검입니다.]
그런 치밀한 구상 속에 맹인검객의 검술은 탄생했고 이는 동영상 콘티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황정민 씨는 약 한달 가량 실제 시각장애인 학교에 찾아가 수업을 참관하며 시각장애인의 표정과 동작을 연구했고 석 달 동안 피나는 무술 연습을 했습니다.
[황정민/배우 : 아무튼 뭐 우리나라에서 맹인검객역할로는 아마 제가 처음인 것 같구요. 근데 이제 어려웠죠. 앞을 보지못한다라는 연기를 해야되는거고, 그리고 또 그냥 연기만 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칼을 써야되는 거니까.]
오세영 감독은 특히 무술 경험이 없는 황정민 씨가 연기력 하나로 맹인검객의 검술을 소화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오세영/무술감독 : 정민씨는 저는 무술을 잘하시는 분이라고 생각하진 않구요. 정말로 저희가 아까 같이 봤던 저희 쪽 대표의 어떤 모션을 왼손부터해서 왼발까지 다 따라한 사람이에요. 이때 왼발 뒷꿈치가 어땠죠? 라고 물어봐요. 그리고 현장에 가서 하면 왼발 뒷꿈치까지 따라합니다. 이건 거의 복사기 수준이에요. 복사기 수준. 저희가 뒤에서는 굉장히 감탄했어요.]
한국 영화 최초의 맹인검객 황정학은 이렇게 원작자의 창작혼, 혼이 스며있는 검 연출,그리고 혼신의 연기로 태어났습니다.
SBS 하대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