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로 우리 군의 전력증강계획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 사고로 우리 군 전력 일부의 능력이 여과 없이 공개된데다 현재 진행 중인 군 전력증강사업 방향의 적절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사고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물증이 나온 것이 아니기에 조심스럽지만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크고, 군당국 역시 심증을 굳혀가는 분위기여서 그간 국방부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입안한 국방정책은 '현존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것과 병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장 제기되는 것은 '국방개혁 2020'으로 불리는 국방정책의 방향성 문제다.
우리 군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동북아, 나아가 세계적인 차원에서 그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력증강도 그에 맞출 것을 요구해왔다.
해군과 공군이 각각 내건 '대양해군' `항공우주군'이란 모토가 이번 천안함 사건 이후 상당한 비판에 직면했다.
전쟁이 종료되지 않은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그것도 사실상 '주적'인 북한을 코앞에 둔 가운데 접적해역에서 군함이 '외부충격'으로 침몰한 터에 대양과 우주를 내세우는 건 구호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우주로 대양으로 나가기 전에 대북 방어태세부터 정비하라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곧 우리 군의 세부 전력증강 계획 수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혈세를 내는 여론에 따라 군에 소요되는 무기체계 등 군사전력의 우선순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의 전력증강은 참여정부 때 완성한 국방개혁 2020을 이명박정부 들어 일부 메스를 가하면서 변화를 시도했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물론 이번 사고 때문에 국방개혁의 큰 틀을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드러난 북한의 잠수함을 필두로 하는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은 27일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잠수함을 비롯한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해 충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본 국방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해군뿐 아니라 각 군이 이에 대한 준비를 완벽히 해서 억제력을 기르고 새롭게 안보태세를 재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군은 지난 2월 최신예 이지스함 세종대왕함을 주축으로 하는 제 7기동전단을 창설하는 등 대양해군을 지향하면서 연안방어 전력확충에 소홀히 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군은 지난 주부터 해군의 단·중기 전력보완 및 소요 조정 검토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 작업은 첫 단계로 북한의 잠수함을 탐지하는 음탐장비(소나)와 초계함의 레이더 성능개선, 소해(기뢰탐색.제거) 헬기인 MH60 도입 등에 무게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잠수함 등 수중 무기체계 탐지를 기본으로 하는 초계함이 사전에 위협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는 심각성을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 초계함은 구형 장비를 장착해 대잠능력이 제한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북한 잠수함의 공격이라면 수심이 얕은 서해에서도 탐지하지 못하는 터에 수심이 500~1천m에 이르는 동해에서는 그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
공군 등 타군도 역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공군은 2020년 이후 위성요격용 레이저 무기 배치 등 '항공우주군' 도약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눈앞의 북한 전력 대응에 소홀함이 없는지부터 면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 교수는 "해군 뿐 아니라 모든 군이 북한의 대칭·비대칭전력에 대한 준비를 완벽하게 해서 억제력을 기르고 새롭게 안보태세를 재정비하는 중요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기를 완벽하게 갖추고 나서 해군이 대양으로 가든지, 공군이 우주로 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이미 올해 초 북한 잠수함 공격 등 게릴라식 도발 유형을 상정해놓고도 허를 찔린 셈이 됐기 때문에 북한 재래식 및 비대칭 군사능력 재평가와 함께 우리 군 수뇌부의 작전기획 능력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이번 사태가 북한 소행이라면 북한 군사능력을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며 "북한이 전쟁에서 이기진 못해도 피해를 줄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