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있는 평택을 왔다갔다합니다. 천안함 침몰 후, 20일만에 함미가 인양되고, 장병의 시신이 발견된 후, 언론에서는 본격적으로 장병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시신 운구 다음 날, 신문에서는 실종 장병 포함해 46명의 장병들 사진과 함께 사연이 도배됐습니다.
고민이 시작됩니다. 신문이 살짝.. 부럽기도 합니다.
아들과 남편의 시신을 확인하고 절규하며 지쳐있는 가족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야하는 상황에 "내가 가족이라도 얼마나 기자가 미울까?"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소리를 지르며 전화를 끊어버리셔도, 마음이 십분 이해가 가고, 죄송하고...
2함대 앞에서 숙소를 들어갔다 나오는 가족들에게 다가가 한마디 한마디 힘들게 운을 떼게 해도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직계 가족분들은 대부분 삼선 슬리퍼를 신고 계셔서 얼굴을 알지 못해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재'가 아니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면, 저도 불편했던 마음이 좀 편해지고, 가족들도 마음을 여는 것 같습니다.
가족들도 아는 것 같습니다. 가족만큼은 못해도, 제 3자로 여기 있는 취재진들만큼 가족들의 마음을 함께 이해하고, 아파하며, 지속적으로, 또 끈질기게(?) 관심갖는 사람들은 아마 없을 겁니다.
침몰 직후, 2함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버스에 오르던 모습, 빨리 인양을 해야한다며 군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던 모습, 시신 도착 후 이보다 더 절망스러워할 수는 없을 것 같은 모습, 하지만 이제는 모든 걸 포기한 상태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저희는 근거리에서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이제 가족들은 애써 담담하게...장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신이 발견된 장병들의 가족이 사진을 바라보고, 추억을 회상하며,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을 때, 아직 가족 품으로 못 돌아온 한 실종 장병의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번씩 아들의 죽음을 인정했다, 못했다를 반복하고 계십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이런 상황은 가족들을 더 지쳐가게 하고 있고, 기사 한줄에 여전히 가족들은 살았다, 죽었다 한다고 합니다.
"함수에는 있을겁니다. 있어야 되고. 우리 아들이요.. 근무하던 곳은 함민데 함미라고 해서 함미에만 있지도 않잖아요. 함수에 있을 가망성도 있으니까 기다려야 봐야죠. 오늘 아들이 부었던 적금 확인하러 갔다왔는데 해지를 못했습니다. 네...기자님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인정하게 하는 건 너무나 매정한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함수가 인양되기 전이라도 장례를 치를 계획이라는 보도는 아직 죽음을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실종 장병 가족들에게 본의아니게 죽음을 제 3자가 인정하라는 것처럼 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