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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에 '黃老(황로)의 道(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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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宋의 2대 황제인 태종은 중국 역사의 수많은 군주들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현군입니다. 그와 중요한 신하들 사이의 대화와 언행을 기록한 책인 '宋明臣言行錄(송명신언행록)'은 그래서 위정자들의 필독서였습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옵니다.

어느날 하남성에서 수운을 담당하고 있는 인력 가운데 물건을 빼돌리는 자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우리 같으면 당연히 '拔本塞源(발본색원)'해 '嚴罰(엄벌)'에 처하라며 펄펄 뛸 일이죠 . 하지만 송 태종은 조금 다른 지시를 내립니다. "어느 시대에도 법의 맹점을 이용해 빠져나가려는 자는 있게 마련이지만 쥐구멍과 같아서 도저히 다 막을 수는 없다. 이번에는 특히 심한 자를 가려내는 것만으로 그쳐라. 소소한 물건을 훔치는 패거리가 있더라도 공무를 방해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엄격히 추궁하지 말아라. 관청의 물건이 지체없이 운송되는 것이 우선이다."

이런 지시에 재상인 여몽정은 반대하기는 커녕 맞장구를 칩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하듯이 법이 너무 엄격하면 사람이 모여들지 않습니다. 대체로 소인배의 속쯤이야 군자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만큼 큰 도량을 갖고 포용해줌으로써 만사가 잘되는 것입니다."

지나친 편의주의라 거부감이 느껴지시나요? 하지만 위에 소개한 장면은 중국의 통치기법 가운데 하나인 '黃老(황로)의 術(술)'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우리가 눈 여겨 볼 부분은 '특히 심한 자를 가려내라'는 지시일 것입니다. 어떤 부패나 비리이든 가장 심하게, 대표적으로 자행한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검찰 표현으로 그런 '巨惡(거악)'을 처단하면 처벌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기 십상입니다.  '巨惡'은 상대하기 버거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사 기관은 결국 몸통 대신 깃털만 털게 됩니다. 그러면 처벌을 받는 사람은 '진짜 나쁜 놈은 따로 있는데 나는 억울하게 당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역시 巨惡은 처벌하기 어려운가 보다'라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처벌의 효과 대신 부작용만 얻게 되는 것이죠.

중국 역사에는 '黃老의 道'를 잘 설명하는 또다른 장면이 있습니다. 한나라를 세우는데 1등 공신이었던 조참은 지방 제후국인 제나라의 승상으로 있다가 중앙 정부의 상국(우리로 따지면 국무총리)으로 발탁됩니다. 제나라 백성들로부터 '명재상'으로 칭송을 받았던 조참에게 후임 승상이 가장 중요한 충고 한마디를 부탁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법정과 시장을 각별히 신중하게 다스리세요." 후임 승상이 의아해하며 되물었습니다. "아니, 나라를 다스리는데 다른 중요한 일도 많지 않습니까?" 조참은 이에 대해 "그렇기도 합니다만, 법정과 시장이야 말로 '善惡正邪(선악정사)'가 모두 모이는 곳으로 관리를 등한히 하면 사회기강이 무너지지만 너무 엄격하게 하면 사악한 무리들이 몸둘 곳이 없어져 반드시 반란을 일으키게 됩니다. 따라서 생선을 굽듯이 다뤄야 합니다. 생선을 너무 약한 불에 굽다보면 제대로 익지 않아 비린내가 진동하게 될 것이자만 너무 강한 불에 지지면 다 타버려 먹지 못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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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사회와 여건이 다른 시대의 논리이기 때문에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겠습니다만, 법이 너무 느슨하면 사회가 불안하게 되고 너무 엄하면 사회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없다는 상식적인 원리에 따라 이해하면 시사점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사회에 가장 바람직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에서 법이 개입하도록 황금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생선을 지지듯이'란 참 멋진 비유 아닌가요? 적당한 화력으로, 필요한 곳에 골고루 미치도록 생선을 굽듯이 조심스럽게, 지혜롭게 법을 운용한다는 마음가짐은 현재 우리 사회의 법 운용자가 반드시 가져야할 자세일 것입니다.

그럼 대표적인 법의 운용자인 우리 검찰은 과연 이런 옛 지혜를 따르고 있을까요?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검찰은 '특히 심한 자를 가려내 처벌'하고 있나요? 아니면 '생선을 지지듯이 법정과 시장을 관리'하고 있나요? 현대의 대한민국 검찰에 고대의 '黃老의 道'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부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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