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공양에 자녀 결혼비용까지 걱정하다 보니 1년에 문화예술 공연을 한 번 관람하기도 쉽지 않다. 퇴직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노후준비는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2008~2009년 사회조사를 통해 본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에서 나타난 우리 시대 전형적인 베이비부머들의 우울한 현주소다.
베이비붐 세대란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현재 나이 47~55세)로, 6.25 전쟁이 끝난 직후 출산율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던 시기에 태어나 급격한 경제성장과 1997년 외환위기,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모두 경험했다. 현재 인구의 14.6%를 차지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는 못배웠지만 자식만은.."
베이비부머들은 본인이 원하는 만큼 학교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녀 교육만은 자신이 책임지고 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여기에다 부모 봉양까지 이들의 몫이었다.
통계청 조사에서 베이비붐 세대 중 자신이 원하는 단계까지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64.2%로, 전체 평균 60.1%보다 높았다. 사유로는 경제적 형편이 79.2%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 성장기의 어려운 경제사정 때문에 학업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성별로는 남자(58.8%)보다 여자(69.5%)가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이 때문인지 자녀의 대학교육비 지원에 대해 베이비부머는 99.1%가 지원해야 한다고 대답해 전체 평균(98.6%)보다 높았다. 이 중에서도 부모가 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68.5%로 전체 평균(61.9%)을 크게 상회했다.
하지만 응답자의 83.1%는 자녀교육비가 소득에 비해 부담이 된다고 답해 30세 이상 가구주 평균(79.8%)보다 높았다. 베이비부머가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대학생 자녀를 많이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베이비부머들의 90.0%는 자녀 결혼비용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부모 봉양도 우리 몫..가족만족도는 낮아"
베이비부머 가구주의 부모 중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는 이들은 30.8%에 불과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10명중 7명은 부모 생활비까지 책임지고 있다는 뜻이다.
생활비 제공방식은 모든 자녀가 분담하는 경우가 33.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장남 또는 맏며느리(18.8%), 아들 또는 며느리(13.9%), 딸 또는 사위(2.4%) 순이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가족관계 만족도는 전체 평균에 못미쳤다. 배우자 만족도와 자녀 만족도는 각각 62.6%, 71.7%로 전체 평균 65.7%, 72.7%에 미달했다. 배우자 부모에 대한 만족도는 45.9%였고, 배우자 형제.자매의 경우 39.6%에 불과했다.
직업.학업 등 이유로 배우자나 미혼자녀가 다른 지역에 사는 베이비부머 가구주 비중도 25.5%로 전체 가구주(16.5%)보다 높았다. 가족이 국외에 있는 비율은 12.4%였고, 따로 사는 이유로는 학업(52.4%), 직장(38.2%), 군대(18.6%) 순이었다.
◇"노후 준비하지만 복지서비스는 필요"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한 베이비부머는 80.0%였다. 학력이 높을수록 준비비율이 높아지면서 대졸은 10명 중 9명이 준비하고 있었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는 6명 꼴에 그쳤다.
노후준비 방법으로는 국민연금이 38.5%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예금.적금(24.3%), 사적연금(19.5%), 기타 공적연금(7.1%) 순이었다.
노후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경우는 20.0%는데 이 중 50.3%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39.8%는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80.0%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향후 소득수준이 같거나 감소할 것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69.5%였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후준비가 덜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향후 가장 필요하거나 늘릴 필요가 있는 복지서비스로는 52.6%가 노인돌봄 서비스를 꼽았다.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베이비부머는 65.2%로 15세 이상 인구 전체(60.4%)보다 더 많았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비율도 각각 78.9%와 52.2%로 15세 이상 전체(77.8%, 47.1%)보다 높았다.
베이비붐 세대 가구주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한 의식은 '중간층 이상'이 61.6%로 전체 가구주(57.6%)보다 높게 나타났다.
직업 선택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베이비붐 세대의 73.8%가 수입과 안정성을 선택해 15세 이상 인구 전체(66.7%)보다 높았다.
◇"문화예술 관람은 사치"
1년에 공연, 전시 및 스포츠를 한 번이라도 관람한 베이비부머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47.8%에 불과했다.
지난 1년 동안 사회복지단체 등에 후원금을 낸 사람은 베이비붐 세대 인구의 40.9%로 15세 인구의 기부 비율(32.3%)보다 높았다.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은 15세 이상 전체인구보다 조금 높았다. 베이비부머의 53.9%가 정기 건강검진을 받고 37.2%가 규칙적으로 운동을 했다. 교육 정도가 높을수록 규칙적인 운동과 정기 건강검진 비율이 높았다.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베이비부머의 비율은 7.1%로 15세이상 전체인구(7.2%)와 비슷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52.8%), 가정불화(18.0%), 외로움(10.6%) 순이었다. 경제적 충동을 이유로 꼽은 비율은 15세 이상 인구(36.2%)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여자 베이비부머는 남자보다 가정불화나 외로움에 대한 심적 고통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