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1주일째, 생사는 확인되지 않지만 그래도 희망은 있다.
1일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 사령부 실종자 가족숙소에서 모인 가족 200여명은 생존 한계 시간인 '마의 69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실종자들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없지만 무사생환을 기도하며 속을 태웠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2함대사령부로 달려온 가족들은 부대 정문 면회소에 붙인 실종 장병들 명단을 보고 자리에 주저 앉고 오열했다.
다음날인 27일 오후 2함대 강당에서 천안함에서 구조된 최원일 함장 등 4명의 승조원이 가족들에게 사고 상황을 브리핑하자 "믿을 수 없다. 전해역이 아닌데 왜 사고해역으로 기동했냐. 군의 늑장대응 때문에 피해를 키웠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직후부터 백령도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군 발표를 철석같이 믿었던 가족들은 백령도 현지에서 구조작업을 직접 지켜보고 또다시 분통을 터뜨렸다.
백령도 사고 해역에서 탐색구조작업을 직접 지켜본 김태석 중사의 매형 이용기 씨는 "인명구조작업을 한다더니 침몰한 함수.함미 위치조차 모르고 헤매면서 어떻게 구조가 되겠냐"며 군의 늑장대처를 질타했다.
이후 2함대에 모여 있는 가족들은 백령도 현지 가족 대표단이 전해오는 소식에 촉각을 세우며 마음을 졸였다.
하지만 며칠 뒤 조류가 세고 현지 기상이 악화돼 구 조작업이 중단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탄식하며 낙담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엿새째인 31일부터 현지 해역에 비까지 내리는 등 기상이 악화돼 실종 장병 무사생환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식과 유언비어도 가족들 사이에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한 언론사가 "실종자 46명 중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해 이를 본 실종자 가족 1명이 실신해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보도를 접한 가족들은 즉시 국방부와 해군2함대 측에 확인했고 국방부는 "시신 발견된 바 없고 명백한 오보"라고 밝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민평기 중사의 형 광기씨는 "이제 누구를 원망하기보다 대한민국 해군이 이것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삼면이 바다고 연평해전을 두차례나 겪은 우리 해군이 이런 사고대처 매뉴얼밖에 갖추지 못했다는 게 너무 분통 터진다"고 했다.
가족들은 감압장비와 심해 수중장비 등 부족으로 제대로 구조작업을 못하고 있는 군의 무능력과 주먹구구식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면서도 한시라도 빨리 구조해 달라고 호소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가족 대표 10~12명은 구조작업을 지켜보기 위해 이날 오전 헬기를 타고 백령도로 다시 향할 예정이었으나 현지 기상 악화로 취소됐으며 기상이 좋아지는대로 오후에 출발하기로 했다.
가족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바다 밑 배 안에는 우리 아들, 남편, 형, 동생이 한 줌의 산소를 나눠 마시며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거다.
반드시 살아 올테니 국민들도 한 마음으로 기도해주세요"라며 빠른 구조작업을 촉구했다.
(평택=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