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한 사람 당 빚이 연간 소득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습니다. 소득 증가는 제자리 걸음인데 가계 빚은 뜀박질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총 개인 빚을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개인 빚이 천 754만 원으로 집계됐는데요.
1인당 국민총소득의 80%를 넘어서 1975년 통계작성이후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소득보다 빚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겁니다. 1인당 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3.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지만 빚 증가율은 2배 가까운 6.3%였습니다. 이러면서 세금 등을 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할 수 있는 1인당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지난해 처음으로 150%를 넘었는데요.
쉽게말해 빚 갚으려면 1년 5개월 이상 동안 벌어서 세금 낸 뒤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 가계가 빚 때문에 세계 금융위기를 부르게 했던 서브 프라임 위기 직전 이 비율이 140%였으니까 그 보다 우리가 높은 거죠.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채무조정으로 비율이 줄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제(3월31일) 물러난 이성태 한은총재도 마지막까지 가계 빚 걱정을 했는데요. 퇴임사에서까지 과도한 가계 빚이 금융불안도 가져오지만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려 실물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며 경계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개인 빚이 빠른 속도로 늘면서 우리 경제에서 소비여력도 줄고 있고 장기성장에 중요한 저축률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더욱이 빚 규모만 보면 70%가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계층에 집중됐지만,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은퇴가구나 저소득층이 받는 원금과 이자상환 부담이 전체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은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개인 빚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주택담보대출입니다. 금융당국은 그래도 담보가 있는 빚이라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봤듯이 거품이 꺼지면 급격히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담보가치도 동반 하락해 금융부실로 확산되는 것이 위기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빚을 진 개인 입장에서 보면 최장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니 대출이자라도 줄어 이자부담이라도 덜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죠.
올 초 잠깐 5% 고금리 예금 상품을 팔던 은행들이 앞다투어 예금이자는 큰 폭으로 낮췄지만, 대출이자는 거의 제자린데요.
최근 은행들의 예금이자 하락 폭을 보면 대출이자 하락 폭보다 평균 8배 정도 큽니다.
주택담보대출의 90%를 차지하는 양도성예금증서, 즉 CD 연동 대출 금리를 보면 은행들이 CD 발행을 거의 안 해서 CD 금리는 제자리 걸음인데다 금융당국의 눈치주기로 은행들이 가산금리만 0.1%P 정도 내렸습니다. 대출자들은 거의 이자가 내렸는지
실감도 못할 정도인데요.
예금이자도 물가상승률 빼면 주는 것도 없다는 불만이 많죠.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3% 정도인데요. 물가상승률이 3% 정도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금이자는 지난 연말보다 0.85%P 떨어져서 인하 폭이 주택담보대출이자 인하 폭 보다
8.5배나 됐는데요. 신한과 외환 등 다른 은행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은행들이 주로 수익을 챙기는 부분이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니까 그만큼 은행들은 수익을 많이 챙기게 됐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달 잔액기준으로 은행들의 예금이자와 대출이자의 차이가 연 2.76%인데요. 9개월 연속 뛰면서 15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 됐습니다.
가계는 빚지고 은행은 웃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질 만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