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끊이지 않는 재건축 사업비리
사건기자 3년차, 그간 재건축 비리 관련된 기사 참 많이 썼습니다.
한번 포털사이트에서 '재건축 비리'라는 검색어로 검색해 보세요.
정말 비슷한 많은 사건기사가 나올겁니다.
대부분 재건축 공사 수주를 받기 위해 조합장에 뇌물을 건네는 내용이죠.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은 사실 법적으로 '공무원' 신분으로 분류됩니다.
법적 사업시행자로서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기 때문인데요, '책임'이 무거운 만큼 '검은 돈'의 유혹도 무거운가 봅니다.
사업 시작 단계부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재건축 사업의 특징이 가장 큰 이유겠지요.
◆ '하도 속아서...' 몰카까지 설치한 사연
이번에도 역시 재건축 조합장이 토목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사연이었습니다.
보통 공공연이 이런 뇌물이 오가더라도, 물증이 없어서 수사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번 사건의 경우 경찰이 쉽게 물증을 잡았다고 하네요.
그 사연이 참 황당합니다.
브로커에게 속을까봐 돈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찍어 둔 것이지요.
경찰에 붙잡힌 브로커 이모씨는 지난해 1월 고양시 일산 서구 탄현지구 아파트 재개발과 관련해 "100억원 대의 하도급 공사를 주겠다"며 토목공사업체로부터 5억원의 현금을 받기로 약속하고, 1억 2500만원을 골프가방에 담아 조합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소개비로 2500만 원을 따로 받았고요.
조합장 고모 씨는 자신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권한이 없는데도, 선정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시공사를 모집한다고 신문에 광고까지 냈다고 하네요.
결국 뇌물을 준 토목업체는 시공사로 선정되지도 못하고 입건되는 신세가 됐네요.
경찰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합장 고모씨와 브로커 이씨를 구속하고 시공사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조합임원 4명과 향응을 제공한 토목업체 직원 3명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 비리사슬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웬만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면 총 사업비는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넘습니다.
지난해 말, 재건축 비리 복마전이라 불렸던 잠실 재건축 비리사건만 해도 조합장, 건설업체 관계자, 경찰과 구청직원까지 연루됐었죠.
구속된 조합장들이 빼돌린 돈은 수천만원에서 100억에 달했습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시공사에 선정된 업체들은 수주하기 위해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고, 막상 시공사로 선정되면 공사비를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 합니다.
이 돈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건 당연한 이치겠지요.
이런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오는 7월부터 민간 사업자가 주도해 온 주택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공공주도로 전환됩니다.
기초단체장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행 과정을 직접 지원하거나 SH공사 등 공공기관에 사업관리를 위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현재 조합장을 비롯한 추진위원회가 사업관리를 맡아 생기는 추진위와 정비업체, 철거업체, 시공사 사이의 비리가 뿌리 뽑힐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아울러 눈여겨 볼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철거업체가 맡았던 건축물의 철거를 시공회사가 일괄적으로 하도록한 것입니다.
철거업체의 무리한 작업으로 제2의 '용산참사'가 발생하는 것을 막고 추진위에 뒷돈 등이 흘러 들어가는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데, 모쪼록 실효성을 거둘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