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광주의 도심 한가운데에서 수년째 철새가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인근 주민들은 악취와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계혁 기자입니다.
<기자>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사이로 왜가리가 힘차게 날개짓을 합니다.
저마다 주둥이로 나뭇가지를 물고 보금자리를 만드는데 한창입니다.
왜가리 2백여 마리가 집단 서식하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주변 야산.
지난해에도 1,500 마리가 넘는 백로와 왜가리 등의 철새가 이곳에서 서식했고, 다음달부터는 동남아시아로 떠난 새들이 본격적으로 찾아들 것으로 보입니다.
철새들이 이곳을 찾은 지는 벌써 2년이 넘었는데 도심 한가운데서 집단 서식을 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는 평가입니다.
[박경희/광주전남녹색연합 : 광주에 처음 왔을 때는 어등산 지역에서 주로 서식을 하던 것들이 어등산 지역 개발로 인해서 중외공원과 용산으로 쫓겨났다가 지금 운암산에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이고요. 운암산이 아무래도 광주청과 황룡강으로 먹이활동을 하기에 좋은 자리에 위치하고 있어서 그 쪽으로 새들이 오고 있는 걸로 추정이 됩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수십-수백 마리가 넘는 새들의 배설물 때문에 악취가 심하게 나는데다 소음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노금원/인근 주민 : 냄새가 아주 고약해요. 바람불면은 좌우로 바람 불 때마다 썩은내가 나요.]
관할 지자체도 철새 서식지 주변을 청소하거나 방역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 철새 집단 서식지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생태학습장 조성과 주민 피해 대책 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갈곳 없어 모여드는 철새들과 이로인해 고통받는 주민들,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