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을 맞아 2천 500㎞의 도보 순례에 나선 일본인의 뜻에 동감한 한국인 10대 청소년이 한반도 종단을 함께 하고 있다.
대안학교인 간디학교를 최근 졸업한 박두헌(18)군은 지난 달 22일 배편으로 입국한 테라시타 다케시(57)씨가 부산에서 서울로 24일까지 670여㎞를 걷는 전체 여정에 22일째 동행했다.
두 사람은 부산과 진주, 광주, 순천을 거쳐 아산, 천안을 둘러보고 24일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에 도착할 예정이다.
박군은 테라시타 씨의 국내 도보 순례를 지원하는 iCOOP생협에서 일하는 어머니로부터 그의 소식을 듣고 함께 걷기로 했다.
박군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년을 추모하고 한국과 일본을 내 발로 연결하는 동시에 세계 평화를 염원하려는 뜻에서 도보 순례에 나섰다'는 일본인의 뜻이 멋있어 걷기에 동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은 교과서를 통해 배워서 잘 알고 있었지만, 교과서에 나온 단편적인 정보가 지식 전부였다. 그런데 안중근 의사를 추모해 퇴직금까지 도보 순례에 쓴 일본인의 결심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도보 순례에 동행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박군은 지난달 8일 비행기표를 구해 일본으로 건너갔고 테라시타 씨를 처음 만나 사흘간 같이 걸었다. 졸업식 때문에 잠시 귀국했던 박군은 22일 부산에 도착한 테라시타 씨와 다시 합류했다.
박군은 이때부터 지금껏 매일 오전 8시에 전날 도착 지점에서부터 도보를 시작해 오후 5시까지 하루 평균 30~35㎞를 걷고 있다.
도보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첫 이틀간 발뒤꿈치까지 온통 물집이 잡혔고 빗속을 걸은 것처럼 땀으로 질척거리는 신발을 질질 끌면서 걷고 또 걸었다. 며칠 새 살이 4㎏가량 빠졌다.
박군은 "안중근 의사의 평화 사상을 기리는 도보 순례를 하면서 지금껏 가장 많이 한 생각은 '걷는 게 힘들다'는 것이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조금씩 적응이 돼 갔고 10여 년간 한국어를 배워 온 테라시타 씨와 종일 함께 걷고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는 점도 많았다고 했다.
박 군은 "한국 역사에 대해 한국인보다 더 많이 아는 일본인과 이야기하며 부끄러워진 적이 종종 있었다"고 했다.
그는 "테라시타 씨가 노력하는 만큼 한국인들이 그의 도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 한 일본인이 안중근 의사를 기리며 우리 국토를 걷는다고 이를 사죄의 의미로 생각해 무작정 좋아할 게 아니라 평소 우리가 역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박 군은 또 "입시 위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역사 과목의 비중이 작고, 이 때문에 평소에 우리 역사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없는 것 같다"며 "내가 이번 도보로 많은 것을 깨닫는 만큼 다른 젊은이들도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