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에 이은 중상해로 국민적 공분을 샀던 조두순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산에서 또다시 여중생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아동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한번 사회 전반에 던졌다.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33)가 범행 발생 15일만인 10일 오후 부산에서 검거됐지만 이번 사건은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근본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지시하고, 국회가 관련 법안 개정을 서두르는 등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흉악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해 조두순 사건 이후 반인륜적 범죄자를 격리시키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지만 정치권 논의과정에서 구체화되지 못한 점을 크게 아쉬워했다.
또 이 사건 발생을 계기로 국회가 전자발찌법 소급적용 문제 등을 포함한 아동 성범죄 관련 법률안 개정에 나서 오는 31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하기도 했다.
사건 초기 상습 성범죄자였던 김길태가 바로 이웃에 살고 있는데도 이를 전혀 모를 수밖에 없었던 성범죄자 신상공개의 한계점과 전자발찌법 적용 이전에 만기출소했다는 이유로 재범 우려가 높은데도 전자발찌를 채우지 못했던 점 등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분노를 샀기때문이다.
조두순 사건 당시 정치권과 정부는 다시는 이 땅에 아동 성범죄자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하며 40여개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연내 처리를 약속했지만 결국 부산 여중생 피살사건이 발생하도록까지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했다는 점은 국민적인 비난을 사야했다.
정치권은 이날 오전까지도 아동성범죄 관련 법 개정을 이달 중에 처리하겠다, 처리하지 못한다를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살해 피의자 김이 검거된 뒤에야 31일 처리를 합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성범죄자에 대한 법률적, 사회적 처리문제도 다시 한번 공론화되고 있다.
검찰은 9일 전국 검찰 화상회의를 열고 전자발찌법 소급적용 문제와 함께 재범 우려가 높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률안 개정에 나서 오는 31일 열폭력 사범에 대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 등 중형을 구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단순한 위치추적장치인 전자발찌 외에 재범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획기적인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자를 만기 출소 이후라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시키는 미국의 성 맹수법이나 재범 우려가 있는 성범죄자는 특수치료시설에 수용하는 프랑스의 에브라르법 등을 들어 '성범죄자 사회격리 시스템'을 마련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빈곤이나 가족해체, 실업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박철현 교수는 "아동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자발찌나 사회적 격리 등 처벌 강화보다는 빈곤이나 실업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복지정책을 통한 사회안전판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