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평화의 상징'이었다는데, 어느 때인가부터 비둘기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도 '닭둘기'라고 부르며 싫어하시는 분들 꽤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시 지역에만 현재 백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문제는 배설물입니다. 새의 배설물은 사실 적잖은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가리 같은 경우는 나무 위에 사는데, 그 배설물이 떨어져 내려서 오래 가지 않아 그 나무는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비둘기도 마찬가진데요. 대리석 같은데 떨어지면 잘 지워지지도 않고, 더군다나 삭게도 만들죠. 비둘기가 유독 많은 탑골공원, 그 안에 있는 국보 제 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그래서 유리관을 뒤집어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비둘기는 지난 해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습니다. 유해야생동물이란게 뭐냐, 해를 끼치는 동물이기 때문에 지자체 허가만 있으면 잡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 고라니, 까치가 대표적인데요. 여기 비둘기가 낀겁니다. 비둘기도 총을 쏘거나 그물을 던져서 잡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비둘기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외국에서도 비둘기는 골칫거립니다. 그래서 가장 많이 동원되는 방법이 먹이를 주지 않는 겁니다. 먹지 못하면 그만큼 번식률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먹이를 주면 아예 벌금을 물리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미국은 주에 따라서 3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매기기도 하고요. 영국도 8만 5천 원을 내야 합니다. 스위스나 호주는 알을 빼내고 모조알을 넣어놓기도 합니다. 더 적극적인 나라들도 있는데요. 프랑스는 잡아서 죽이고, 캐나다는 덩치 큰 나라답게 아예 매를 키워서 풀어놓는답니다. 얼마나 비둘기가 문제가 되면 이런 다양한 방법까지 구상해 냈을까 싶죠.
우리나라 환경부도 오늘 이 비둘기 관련 대책을 내놨습니다. 5백 마리 이상 살고 있는 곳이 중점관리 대상인데요. 역시 먹이를 안 주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원래 검토했던 벌금안은 반발을 우려해서 뺐고, 대신 홍보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알과 둥지를 없애고 조각 같은 시설물엔 조류 기피제를 뿌리는 것도 검토 대상입니다. 다만 포획은 역시 반발이 심할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서 쓴다’고 제한을 뒀습니다.
대책을 쭉 훑어보니 만든 사람들도 고민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획이든 둥지 제거든 화학불임제 사용이든 대부분 대책에는 많은 돈과 시간, 인력이 필요합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고민일 수 밖에 없을 텐데요. 결과적으로 가장 기본적이면서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겠더군요.
솔직히 조금 반발이 있더라도 차라리 벌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비둘기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편이 비둘기도 적절한 선에서 우리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닐까 싶네요.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면 더 센 대책을 강구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