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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화해와 소통

우리가 꿈꾸는 기적 : 인빅터스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 모건 프리먼, 맷 데이먼,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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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석의 영화이야기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우리 대표선수들의 선전으로 많은 분들이 환호하고 갈채를 보냈습니다. 스포츠의 힘이 어떤 사회적인 도구들보다 강력하고 넓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만델라와 럭비를 소재로 한 이 영화는 2008년에 제작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뒤늦은 개봉이 결과적으로 더 적절한 시점이 되는 경우 같습니다.

극심한 인종차별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아오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넬슨 만델라(모건 프리먼)는 거의 백인으로 이뤄진 자국 럭비 대표팀 '스프링복스'와 영국의 경기에서 백인들은 자국팀을 응원하지만 흑인들은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보며 27년간의 감옥생활에서 백인 간수들이 자국팀을 응원해도 수감된 흑인들은 상대팀을 응원했던 경험을 떠올립니다.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해 분열된 나라를 통합하기로 마음먹고 '스프링복스'의 주장 프랑소와 피나르(맷 데이먼)를 초대해 1년 뒤 자국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로 국제대회 참가경험도 적고,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럭비였기에 흑인 정권에서 핍박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안고 있는 대표 선수들의 수준은 우승은 커녕 8강 진출도 어려워 보입니다.

영화는 럭비라는 스포츠 영화와 만델라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 영화, 두가지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감독은 할리우드 노익장의 대표주자인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맡았지만 영화 제작의 시작은 넬슨 만델라를 다루고 싶어했던 주연배우 모건 프리먼입니다. 그는 영화에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만델라가 직접 자신의 전기영화를 찍는다면 최적의 배우는 모건 프리먼이었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흑인으로는 드물게 할리우드에서 장수하며 미국 대통령 역할까지 연기한 바 있는 그로서는 넬슨 만델라의 영화를 한번 꼭 찍어보고 싶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백인들의 냉소적인 비아냥과 핍박받았던 흑인들의 기세등등함이 충돌하며 사회적인 분열과 그로 인한 상처가 깊은 상황에서 만델라는 흑인들의 바램과는 반대되는 정책을 펼치자 지지자들뿐 아니라 백인들까지 의아해합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암살위협에 시달리는 만델라의 신변을 책임지는 경호실에 백인 집권시절 흑인들을 탄압하는데 앞장 섰던 백인 비밀경찰들을 배치하자 만델라의 최측근인 경호실장은 눈에 쌍심지를 켜며 만델라에게 항의합니다. 만델라와 동지들을 잡아가고 고문하는데 앞장섰던 조직원들과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그런데 영화상에서 경호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너무 협소하더군요. 백인 경호원들은 떡대도 상당하던데, 흑백갈등보다는 좁은 공간에서 근무하는 스트레스가 더 심했을 것 같네요.)

이런 상황이 되면 지도자가 어지간한 신념이 없으면 참 괴롭고 힘들게 됩니다. 그 신념이 지혜롭지 못해 예측마저 어긋난다면 정치적으로 치명타를 입게 되는 위험한 모험입니다. 하지만 27년간 백인들의 박해를 받은 만델라는 앞장서서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는데 지지자들은 투항이나 변절로 받아들이며 반발할 정도로 파격적이어서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백인들까지 그의 진심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는 마법이 일어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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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만델라도 결국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통해 스포츠를 통치수단으로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정에 대한 관심없이 훌륭한 결과만 따먹으며 생색내 지지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술수가 아니라는 것이 영화에 녹아있습니다.

주장 프랑소와를 따로 불러 그를 조금씩 감화시키며 선수들을 변화시키고 잠재된 능력을 뽑아내는 리더쉽을 발휘하도록 독려합니다. '내가 잡았으니 너희들 다 죽었어!'하거나 '내가 결심한 것은 항상 옳으니 닥치고 따라오라!' 같은 것은 리더쉽도 아니라는 거죠.

생소한 종목인 럭비의 구체적인 규칙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육중한 선수들의 몸과 몸이 맞부딪히며 나는 둔탁한 소리와 가쁜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시청각적 표현이 생소함을 덜어주는데 기여합니다.

세련되거나 복잡하지 않고 툭툭 끊어지는 듯한 편집과 몇몇 장면에서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작위적인 표현도 있지만 대표선수들이 빈민촌 흑인 어린이들을 상대로 럭비교실을 열어주는 장면이나 마지막 경기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콧날이 찡해지는 것을 보니 역시 거장은 힘빼고 만들어도 영화적 에너지는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전체관람가이니 자녀들과 함께 보면 백마디의 잔소리보다 더 효과적인 교육적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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