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발표했습니다. '공시지가'는, 정부가 해마다 1월 1일을 기준으로 전국 50만 필지의 땅값을 조사·산정해 발표하는 건데, 각종 땅 관련 세금을 매길 때 기준으로 삼는 거죠.
그나저나 땅값, 얼마나 올랐을까요? 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면, 전국 평균으로 전년 대비 2.51% 상승입니다. 글쎄요... 지난해엔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난 탓에 1.41%가 떨어졌는데,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다보니 땅값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군요.
그런데 이 공시지가 발표 때마다 나오는 기사들 중에 이런 기사가 꼭 있죠. 바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어디?" 이겁니다. 올해는 어디가 가장 비싼 땅일까요?
서울 중구 충무로1가 24-2번지, 명동 '밀리오레'를 아시나요? 바로 그 뒷건물입니다. '명동중앙길'에 있는 건데요, 밀리오레 옆으로 들어가다보면 '네이처리퍼블릭'이란 화장품 가게가 있습니다. 그 건물 땅값이 1평당 2억 559만원, 전국 최고라네요.
과문한 전 또 ''충무로'라길래 '명동'에서 1등이 바뀌었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 건물, 통칭 명동 블럭 안에 있는 게 맞습니다. 3등은 '네이처리퍼블릭' 바로 건너편에 있는 '태비'란 의류복합매장, 4등은 바로 '네이처리퍼블릭' 대각선 건너편의 '토니모리'란 화장품 가겝니다. 명동중앙길이 시작하는 조그만 4거리에 다 모여 있는 거죠.
1평에 2억원이 넘는 이 땅, 10년 前엔 어땠을까요? 2000년 자료를 보니, 7,161만원이군요. 10년만에 3배 가까이 뛴 셈이네요.
'네이처리퍼블릭'에 가봤습니다. "이 비싼 땅에 입점한 이유가 뭔가요"를 물어보려고요. 지난해까진 '파스쿠찌'란 커피전문점이 있었거든요. '네이처리퍼블릭'은 신생 화장품회산데, 홍보팀은 강남에 있더군요. 홍보담당 과장님이 불쑥 찾아온 취재진 때문에 강남에서 명동까지 오셔야했습니다.
우선 '네이처리퍼블릭'이 땅주인은 아닌만큼 "과장님, 여기 임대료가 얼만가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저희가 그건 땅주인과 약속 때문에 밝힐 순 없는데요... 전에 있던 가게가 보증금 30억원에 월 1억원씩 월세를 냈다고 하더군요. 그걸로 추정해보실 수 있겠죠?"
"아니 그럼 매출 많이 올리셔야겠네요? 한달에 1억원이면…."
"보시다시피 여기 매장에 외국인들, 특히 일본인들 아주 많이 와서요. 장사는 아주 잘됩니다."
묻고 싶은 본질문에 대한 답이 사실 거의 나온 셈이지만, 그래도 "왜 이렇게 비싼 땅에 입점하셨나요?"라고 부러 물어봤습니다.
"상징성이죠. 저희가 신생회사기 때문에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에 입점했다는 게 브랜드를 알리는 기회도 될 것 같았습니다."
6년 前쯤, 전, 뉴스추적이란 프로그램에서 일본인의 적산가옥을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1905년쯤 지금의 명동 터에서 장사를 하던 한 일본인의 상점 겸 가옥의 흔적을 찾아나선 거였죠. 그땐 '경성부 본정 2정목'으로 불리던 그 명동 땅 한구석에서 '강두운평'이란 일본인이 살고 있었고, 그 일본상인은 전국 곳곳의 땅을 사들일 정도로 돈을 많이 벌어들인 수완 좋은 상인이었습니다. 그 일본상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6년 前, 전 '명동'을, 아니 '본정 2정목'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그 기억이, 명동을 찾은 지난 금요일,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때 그 '본정 2정목', '100년 前 명동'도, 아마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었을 겁니다.
지금 그 가장 '비싼' 땅에서, 어쩌면 가장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있는 그 가게들의 주요한 고객은, 일본인들이었습니다. 많이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 길거리 인터뷰를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금요일, 잠시 '비싼 땅' 취재를 멈추고, 명동 한복판에 서서, 우리 김연아 선수의 경기를 DMB로 지켜봤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 '본정 2정목', 아니 명동 한복판에서, 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