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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포터] 맛집들은 모두 이곳에 있다.-피렌체 산 로렌초(San Lorenzo) 광장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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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의 거리, 성당 사이로 온통 아기자기한 옷가게, 기념품 가게들이 가득하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 중앙시장(Mercato Centrale)과 그 주변의 노점들은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중세시대와 비교해서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는 재래식 시장이 아직도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시장을 답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전에 산정할 수가 없다. 예상치 못했던 볼거리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중앙시장 건물의 외관은 꽤 크지만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노점들 때문에 그 모습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중앙시장 내부에서는 피렌체 사람들이 즐겨 찾는 수산물, 축산물, 청과물을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생필품들의 색상도 다양하고 화려했다.

나는 중앙시장 주변의 노점들을 찾아다녔다. 노점들은 건물의 벽에 붙은 아주 작은 공간에서도 많은 물건들을 걸어놓고 있었다. 피렌체의 가장 유명한 특산물인 가죽제품이 이 시장 공간에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었다. 다른 어떤 가게보다도 가죽제품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옷, 가방, 지갑, 벨트 등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들이 이 가게 저 가게에 걸려 있었다. 가죽가방만을 파는 가게들도 있다.

팔찌와 같은 악세사리를 파는 노점과 신발가게 외에도 옷과 가면, 앞치마, 우산, 사진엽서, 와인을 파는 여러 가게들이 있다. 나는 한가하게 가족과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거렸다. 말 많고 수다스러운 이탈리아 상인들에게 일부러 상품 가격도 물어보고 흥정도 해 보았다. 이곳의 상인들은 물건을 사기 전까지는 너무나 친절하고 고객에 대한 아부성 찬사를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물건을 사고 나면 그들의 친절은 바로 다음 고객에게로 옮겨가 버린다.

걷다보니 피렌체 중앙시장 앞길은 산 로렌초(San Lorenzo) 성당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산 로렌초 성당의 광장을 중심으로 피렌체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산 로렌초 성당은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Medici) 가문의 교구 교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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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로렌초 성당. 피렌체를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의 성당이었다.

로렌체 성당에 대한 첫 인상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중의 하나인데도 다른 성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건물을 짓다가 만 것 같이도 보이고 건물 외관을 일부러 뜯어낸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성당 입구의 전면이 너무 거칠어 보였다. 갈색의 벽돌이 전혀 마감작업을 거치지 않은 듯이 외부로 삐져나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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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정면의 외관인 파사드가 이 성당에는 없는 것이다. 파사드는 성당이나 가문의 위상과 권위를 표현하는데 왜 아예 파사드가 없을까? 광장을 바라보고 있는 성당의 외벽이 왜 이렇게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르네상스 시기의 전형적인 모습을 선보인 이 성당은 외관이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된 성당이었다. 이 성당은 원래 르네상스 시기의 대표적인 건축가였던 F.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가 1460년에 설계한 성당이었다. 그런데 그가 성당을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래서 이 성당의 파사드를 완성하기 위해 불멸의 천재, 미켈란젤로가 등장하였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러 경제적인 문제로 성당을 완성하지 못하게 되어 현재까지도 성당은 미완성인 채로 남게 된 것이다.

산 로렌초 성당 오른쪽 측면의 큰 돔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입구는 로렌초 성당의 뒤쪽에 있었다. 큰 돔은 바로 피렌체를 3백년이 넘도록 통치했던 메디치 가문의 예배당이다. 이 예배당은 피렌체에서 서서히 권력을 잃어 가던 메디치 가문에서 돌아가신 선조들을 모시기 위해 17세기에 건립한 납골당이기도 하다.

산 로렌초 성당 앞 광장 한쪽에 실제 사람 크기의 석조 인물상이 세워져 있다. 그는 메디치 가문에서 처음으로 대공작이 되었던 인물이다. 조반니 델레 반데 네레(Giovanni delle Bande Nere, 1498~1526년). 살아있던 당시의 인물 모습 그대로 조각된 석상.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지고 다부진 체격을 가진 그는 무장의 복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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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반니 델레 반데 네레 석상. 그는 메디치 가문의 전설적인 군인이었다.

그는 보통 검은 군대의 조반니라고 불렸던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교황군의 용병대장이었던 그는 검은 색을 상징하는 부대를 이끌었다. 그가 이름이 남은 이유는 항상 직접 선두에 서서 과격하게 부대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작은 석상에서도 그의 이러한 강인함이 묻어나고 있었다. 석상에 한 영웅과 그의 성격까지도 담아내는 기술이 놀라웠다.

동상을 받치는 높은 기단에는 피렌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장(紋章)이 조각되어 있다. 그 문장은 바로 메디치가의 문장이다. 툭 튀어나온 타조알 같은 둥근 공 모양의 장식 6개가 단순한 문장을 만들고 있었다. 둥근 공은 후추라고도 하고 중세의 피렌체 환전상들의 저울에 달려있던 추라고도 한다. 저울의 추라는 해석은 메디치가가 금융업을 통해서 성장했기 때문에 생겨난 후대의 가설인 것 같다. 둥근 공의 수도 항상 같지는 않아서 5~8개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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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렌체의 파스타. 산 로렌초 성당 주변 거리에서는 다양한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로렌초 성당 앞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둘러보았다. 레스토랑과 아이스크림 가게, 파스타 가게가 아주 많다. 게다가 음식을 굽는 냄새가 강렬하게 후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남부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는 마르게리따 피자(Margheritta Pizza), 까르보나라 스파게티(Carbonara Spaghetti)와 해산물 스파게티, 크림 파스타, 만두 비슷한 라비올리(Ravioli), 피가 뚝뚝 떨어지는 피오렌티나 스테이크(Fiorentina steak), 티라미슈 케익(Tiramisu Cake), 키안티 와인(Chianti Wine), 비라모레티(Birra Moretti) 맥주. 모두 이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다.

나는 줄을 서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전통의 식당은 지나쳤다. 유명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피렌체에서의 황금같은 시간을 줄을 서면서 뺏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성당 주변의 제법 큰 식당으로 들어섰다.

우선 전채요리를 주문하기로 했다. 이탈리아 요리에 대해 공부를 해오기는 했지만 막상 식당에 들어서니 주문하기가 난감했다. 나는 식당 안의 현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직접 가리키며 주문했다.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가 살라미(salami) 소시지, 치즈, 식초와 올리브에 절인 야채로 이루어진 전채 요리를 음미하듯이 먹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이 아주머니가 먹는 요리를 달라는 시늉을 했다. 식당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었다. 웨이터 아저씨가 와인을 주문할 것인지 물었지만 나는 입에 갈증이 심해서 큰 물 한 병을 주문했다.

이탈리아 전통의 소시지, 살라미 소시지는 소금에 절여 오랜 기간 보관하다가 조금씩 썰어먹는 소시지이다. 소의 날고기 등심살에 돼지기름, 소금 향신료, 마늘을 넣어 맞춘 훌륭한 소시지다. 현란한 맛을 자랑하는 가공 소시지가 아니라 손으로 만든 소시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강한 맛이 혀에서 느껴졌다.

내가 주문한 피자는 보스카이올라 피자(Boscaiola Pizza)였다. 햄, 버섯과 모짜렐라 (Mozzarella) 치즈가 토핑으로 올려진 피자였다. 화덕에서 구운 피자는 기름기가 쪽 빠져서 담백했고 뜨거운 화덕에서 방금 나온듯한 피자 빵은 따끈했다. 피자의 빵은 약간 얇고 바삭바삭했다.

나는 피자 빵 위의 얇은 토핑에 약간 실망했다. 다양한 토핑과 잘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끈적끈적한 치즈로 가득 채워진 한국식 피자에 내가 길들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이탈리아 피자의 외양은 무언가 허전할 정도로 자극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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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피자가 입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나의 실망감은 말끔히 사라졌다. 피자 빵은 담백하고 버섯은 방금 낚아챈 것처럼 신선했다. 햄은 제대로 숙성된 고기를 씹는 질감이 있었다. 나는 이 피자에 키안티 와인을 곁들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웨이터 아저씨를 불러 다시 와인을 주문했다.

역시 이탈리아의 피자는 거친 맛이 있었다. 피자 위에 소스나 향신료가 많지 않아서 특히 치즈의 맛이 최대한 살아나고 있었다. 우리나라 비빔밥같이 여러 가지 맛이 어울려서 한 가지 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피자의 햄, 올리브, 버섯, 토마토 소스는 각자의 맛을 발산하고 있었다. 깔끔한 원재료의 맛이 입안에서 돌고 있었다. 피자의 맛은 깔끔하게 강렬했다.

피렌체의 산 로렌초 광장 주변은 먹거리의 천국이었다. 이 광장의 식당 답사만 해도 피렌체 여행은 짧지 않은 여정으로 장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의 단순함은 이 먹거리들을 한꺼번에 배 속에 넣지 못하는 현실을 한탄하고 있었다.

나는 피렌체 한 식당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수많은 피렌체 시민들이 드나드는 서민적인 식당에서 그들 속에 섞여 있었다. 관광객들이 많은 피렌체에서 그들은 나를 의식하지 않았다. 나는 피렌체의 한 식당에서 편안하게 그들 속에 섞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입 속에서는 약간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치즈와 소시지가 녹고 있었다.

노시경 SBS U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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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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