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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초등학교 졸업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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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저는 어렸을 때 친할머니,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낮잠을 많이 자서 밤에 잠을 못잘 땐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었죠.

그런데 새로 산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도 할머니는 늘 책 대신 더 재밌는 얘기라며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만 들려주시곤 했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두 분은 글을 모르는 까막눈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투정만 부린 제가 얼마나 미웠는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작은 수첩 속에 자식, 손자 전화번호를 큰 숫자로 (순서 외우기 쉽게) 써놓은 걸 보고 또 한 번 생각이 나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제(2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양원초등학교, 주부학교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생 198명, 주부학교 졸업생 453명.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으로 남으신 분들이(주로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이십니다)늦게나마, 그렇지만 정말 열과 성을 다해 한글을 배우고, 시도 배우고 한문에 영어, 컴퓨터까지 배우는 평생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초등학교는 교육부에서 '4년제 초등학력 인정기관'으로 지정을 받았고 주부학교는 벌써 30년 가까운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곳입니다.

최고령 졸업생인 84살 조순덕 할머니.

동화책을 읽어줬어야 할 손자는 벌써 20살이 훌쩍 넘어 장성했습니다.

그런 손자가 할머니를 꼭 안아드리며 "할머니 졸업 축하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축하인사를 건네자 할머니는 정말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척추협착증 때문에 거동도 불편하지만 성실하게 기초과정을 이수한 오소예 씨는 졸업식에서 학생 대표로 나서려다 몸이 아파서 입원했다네요.

다행히 담임선생님과 함께 오소예 씨가 입원한 병실로 졸업장과 꽃다발을 들고 찾아가더 뜻깊은 졸업날을 만들어드릴 수 있었어요.

신부전증 때문에 매일같이 투석을 하면서도 어려서부터 간직해 온 문학소녀의 꿈을 양원주부학교 문예창작반에서 현실로 만든 박혜선 씨까지….

이런 곳이 있는 줄 알았다면 우리 할머니들도 보내드렸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처럼 대부분 졸업생들이 상급반에 등록해 계속 배움을 이어가신다네요.

모르는 걸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몸소 느끼고 계신 우리 어머니, 할머니들께 앞으로도 더 보람찬 배움의 즐거움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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